DVD를 시작으로 각종 스트리밍 사이트에 밀려 자취를 감췄지만 비디오는 지난 1990년대까지 우리가 즐길 수 있는 문화거리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비디오를 통해 흔하지 않았던 외국 영화를 볼 수 있었고, 이미 방영이 종료된 드라마나 영화를 다시 볼 수 있어 우리에게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비디오를 활용한 예술은 지난 1970년대를 전후해 백남준을 통해 우리 앞에도 나타나게 됐다.
지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비디오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에게 당시 비디오 아트의 모든 것을 담은 전시 <한국 비디오 아트 7090: 시간 이미지 장치>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오는 5월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 비디오 아트의 역사를 조망하는 기획전으로 ‘시간 이미지 장치’를 부제로 표방한다. 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1970년대 비디오 아트 ▲1980~1990년대 장치적인 비디오 조각 ▲1990년대 영상 이미지와 서사에 주목한 싱글ㆍ멀티채널 비디오 등을 조명한다.
1970년대 비디오 아트는 실험과 새로움, 대안의 의미와 함께 국내미술계에 등장했다. 이후 국내 비디오 아트는 당대 국내현대미술의 지형 변화는 물론 비디오, 카메라, 컴퓨터 등 각종 매체와 기술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시대마다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맞게 전시는 총 7개 주제로 ▲한국 초기 비디오 아트와 실험미술 ▲탈 장르 실험과 테크놀로지 ▲비디오 조각/비디오 키네틱 ▲신체/퍼포먼스/비디오 ▲사회, 서사, 비디오 ▲대중소비문화와 비디오 아트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털 비디오 등으로 김구림, 박현기, 김영진, 이원곤, 김수자, 함양아, 박화영, 문경원, 전준호, 김세진 등 60여 명의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 130여 점으로 구성됐다.
대표적으로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기림 작가가 1974년에 선보인 작품 ‘걸레’는 하얀 걸레로 바닥을 닦는 장면을 보여준다. 점점 더러워지면서 검정으로 변하는 걸레는 결국 갈래갈래 조각나 영상 예술이 가져다 주는 신선함과 그 안에 내포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국 비디오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백남준의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도 눈길을 모은다. 이 작품은 1984년 1월1일 생방송된 백남준의 TV 위성쇼를 편집한 작품으로 뉴욕, 샌프란시스코, 파리, 서울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담고 있다. 이외에도 1990년대 들어서는 성, 정체성, 여성주의 담론을 담아 신체 움직임을 보여주는 비디오 퍼포먼스, 여러 TV 수상기를 오브제처럼 활용해 쌓거나 중첨해 만든 ‘비디오 조각’, IMF 당시 양복을 입고 가방을 든 남자가 대형 수조 안에서 힘겹게 걷는 모습 등을 작품으로 만들어 당시 시대상을 짐작케 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적으로 주요한 비디오 작품을 재제작하고 조명해 국내 비디오 아트 역사를 일부 복원해 향후 비디오 전시의 장기적 플랫폼을 마련할 수 있어 의미가 깊다”라며 “향후 국내 비디오 아트 담론과 비평, 창작에 유의미한 논의의 장도 마련될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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