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같은 명칭, 다른 의미

이명관 사회부장 mk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경복궁은 1395년 9월 29일 완공된 조선 왕조의 ‘법궁’(法宮)이다. 여러 궁궐 중 으뜸이 되는 궁궐이라는 뜻이다. 1865년 흥선대원군은 세도정치 타파와 왕권 강화의 상징으로 경복궁 중건이라는 대공사를 벌였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대공사인 탓에 기부금 성격의 원납전을 걷었고, 재정난 타개를 위해 당백전도 발행했다. 그러나 양반들의 기부금인 원납전은 점차 강제 기부금이 되어 서원 폐지, 호포제와 더불어 양반들의 반발을 심하게 샀다.

도성을 출입하는 이에게는 ‘통행세’를 걷었다. 이때 불린 노래가 경복궁타령이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민심이 반영된 노래이다. 백성을 위한 목적이 아닌 탓에 이들의 미움을 사버린 것이다.

해로통행첩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에 거둬들인 ‘통행세’이다. 그는 1597년 울돌목 전투 이후 바닷길을 다니는 배에 대해 통행증을 발급해 통행과 어업 행위를 보장하고 통행세를 받았다. 당시 많은 피난민이 자신의 배에 재물과 곡식을 싣고 생명을 지켜줄 이순신의 수군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수군은 군량 보충을 하고 피난민들은 안전 보장을 받는 서로에게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 애국심이 더욱 뜨거워진 것은 자연스레 따라온 덤이다. 그들은 해로통행첩과 같은 규제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거나 거부를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가워했다.

흥선대원군과 이순신 장군, 두 가지 통행세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통행세를 내는 이들의 마음이다. 민심이다.

현대사회에서 민심을 가장 잘 반영하는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한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4건의 패스트트랙 논의가 시작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치권은 ‘나홀로 갈등’ 중이다. 분명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논의돼야 할 중요 사안이긴 하지만, 국민이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진영논리를 앞세우며 밥그릇 싸움만 이어가고 있어서다.

당론을 떠나 얼마만큼 민심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해를 구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나올 것이다. 역사는 항상 전해주고 있다. 민심은 천심임을….

이명관 사회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