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서 미완결된 ‘제3의 상태’, 정윤영의 <겹의 언어> 15일까지

▲ 정윤영_An opaque body_Mixed media on silk layered canvas_Hexagon 30cm_2019
▲ 정윤영_An opaque body_Mixed media on silk layered canvas_Hexagon 30cm_2019

분절된 시간에서 미완결된 제3의 상태는 어떻게 표현될까. ‘제3의 상태’를 드러내는 중첩 회화를 선보이는 정윤영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겹의 언어_Palimpsest>展이 6일 인천대학교 아트 스페이스 인 (ART SPACE IN)에서 개막했다.

정 작가는 소멸의 공포와 삶의 환희를 향한 욕망 사이의 모순적 접점을 주제로 한 중첩의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동양적 전통 재료에 기반을 둔 레이어드 방식과 가상 이미지 일부분을 편집하는 과정을 교차해 추상 회화와 공학적 알고리즘의 만남을 보여주는 평면 회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겹의 언어_Palimpsest>는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 것을 표현하는 인문학적 은유다. 정 작가는 ‘흔적을 지우고 덧대어 쓰는 것’은 글뿐만 아니라 그림에서도 유사한 점이 많다고 봤다. 다채로운 표현 기법과 묘사를 하지 않으면서 ‘진짜 그림’이 되게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작품들은 ‘지우는 것, 덜어내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작업을 진행했다.

작품들은 관습적으로 균형적인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여겨지는 꽃의 이파리나 열매 같은 식물의 완전한 형태가 아니다. 이미지의 일부분을 잘라내고 덧붙였다. 이러한 편집 과정은 특정 공학 알고리즘에 기반을 뒀다. 이러한 복잡한 공정을 거쳐 추상적으로 구현된 결과물로서의 회화 작품은 전시 공간에서 다시 그 제작 과정을 상기하는 기하학적 도형이나 디지털화된 픽셀, 망점화된 불분명한 이미지들과 함께 중첩된 상태로 설치됐다. 이렇게 다른 것들이 층층이 쌓이는 방식으로 설치된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심리상태 위에 한 겹을 더하고 또 더하면서 증식과 소멸을 반복하는 조형적 흔적을 쌓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 작가는 “절제된 조형적 실험과 함께 그림 안에 들어 있는 여러 이미지나 형상들을 단순화시키는 데에 집중했다”면서 “이번 전시에서 선보여지는 작업 자체가 지난 전시에 연결된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고, 그 위에 덧쓰여진 ‘시간의 겹쳐짐’, 즉, 팰림프세스트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5일까지.

▲ 정윤영_An opaque body_Mixed media on silk layered canvas_Hexagon 30cm_2019(3)
▲ 정윤영_An opaque body_Mixed media on silk layered canvas_Hexagon 30cm_2019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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