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분당선 연장 예타 통과, 2023 착공 / 광교-서수원 간 ‘불균형 벽’ 해소됐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그럼에도, 뒤늦은 통과를 환영한다. 신분당선 밑그림이 그려진 건 2000년대 초다. 2003년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졌다. 정자~수원 구간에 대한 검토였다. 결과는 반쪽짜리 통과였다. 정자~광교 구간만 통과됐다. 광교~호매실간 구간은 경제성이 부족하다며 불허됐다. ‘신분당선 연장선’이라 불리는 9.7㎞다. 2013년과 2017년 두 차례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뤄졌다. 그때마다 같은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 부분의 공사 계획이 15일 통과됐다. 경제성 분석(BC)은 0.83으로 기준치인 1.0에 미달했다. 하지만 종합평가(AHP)에서 0.518을 기록해 기준치인 0.5를 넘겼다. BC가 1.0을 넘지 못해도 국토 균형 가치를 반영한 AHP가 0.5 이상일 경우 타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공사시작 일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기본 계획 수립과 설계 등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면 2023년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9.7㎞’가 지역에 가져온 폐단이 많았다. 그중에 가장 큰 문제는 지역 내 불균형이다. 광교를 중심으로 한 수원 북동부 지역과 수원 서남부 지역의 발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서울 접근성에서 오는 차이가 지역 불균형으로 연결된 것이다. 현재 광교에서 서울 강남권 접근은 20여분이다. 호매실 지역에서는 1시간 40분 소요된다. 이 시간이 벌려 놓은 지역 불균형이 심각했다. 이게 40분대로 줄어들게 됐다. 잘 된 일이다.

이번 예타 통과가 주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다. 서수원권 주민이 겪어 온 만성적 피해의 보상이라는 측면이다. 서수원권은 군용 비행장 소음에 50년을 시달렸다. 고층 개발 제한으로 재산권이 침해받았고, 소음 피해로 생활권이 위협받았다. 군 공항 이전이 계획되고 있다지만 실현까지는 요원하다. 이런 때 나온 신분당선 연장 결정이다. 피해의 ‘아주 작은’ 보상이라도 안기게 돼 여간 다행이 아니다.

이제 속도다. 20년 늦은 착공인만큼 서둘러야 한다. 지역별로 세분화된 이견이 충돌할 소지가 있다. 이른바 역세권을 둘러싼 갈등이다. 여기서 지자체, 지역 정치가 조심해야 할 사안이 있다. 섣부른 관여로 사업 지연을 초래해선 안 된다.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견 개진만 해야 한다. 정거장 유치문제로 4년을 허송한 신수원선의 예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가장 합리적 계획이 가장 빠른 계획임을 명심해야 한다.

또 하나, 이번 예타 통과로 상대적 피해를 호소하는 지역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인 광교의 일부 지역이다. 전철 운행 시간 등에서 피해를 볼 것이 예상된다. 그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논의되고 있는 ‘지하철 3호선 광교 연결’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는 수원시의 역할이 크다. 다행히 성남시 용인시와 수원시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수면 위로 끌어올려 밀고 나가야 한다.

신분당선 연장 예타 통과는 지역 내 불균형을 해소하는 주목할만한 출발이다. 이 결과를 이끌어 낸 지역 정치인, 행정 기관 등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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