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美떮호주… 황태포·동태 러시아산 등
국내산 대비 가격 저렴해 찾는 소비자 늘어
설 차례상을 준비하려고 20일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장정숙씨(45)는 수산물 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모리타니아산(産) 문어를 카트에 담았다. 국내산 돌문어도 있었지만 3만6천900원(1㎏)이라고 쓰여 있는 가격표를 확인하고 바로 내려놨다. 국거리도 한우보다 40% 가격이 저렴한 미국산 소고기를 골랐다. 차례상에 올릴 황태포와 명태전을 만들 동태 등은 러시아산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우리나라 전통음식이 올라가는 설 차례상이 수입 농산물에 점령 당하고 있다. 중국부터 러시아, 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차례상 음식 재료들이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다국적 차례상’의 원인으로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수입산 농수산물이 대중화 등이 꼽힌다.
20일 경기도 내 유통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20만9천34t으로 전년 동기(19만3천685t)보다 7.9% 증가했다. 이는 우리나라 총 소고기 수입량(41만5천112t)의 절반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수치를 반증하듯 소비자들은 소고기 산적 등의 재료를 미국산 또는 호주산 등 수입산 소고기를 구매하고 있다. 황태포나 명태전의 재료도 국내 유통량 90%를 차지하는 러시아산이 대부분이다.
실제 이날 찾은 도내 전통시장과 마트에서는 국산 황태포나 동태 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또 전통시장에서도 중국산 고사리와 도라지 등이 대다수였다. 차례상 단골 재료인 중국산 부세도 국산 참조기와 비슷하지만, 더 크고 가격은 저렴해 국산보다 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차례상 음식 재료로 수입산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C씨(33)는 “국내산 재료가 일단 너무 비싸고 수입산 재료 품질이 국산만큼 괜찮아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구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주부 J씨(39)는 “수입산 재료가 판치는 상황이라서 국산이라고 사도 ‘수입산을 속여 파는 거는 아닐까’라는 우려가 있다”며 “비싼 돈 주고 속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덜 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명태처럼 수입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일부 품목은 국산품을 사려고 해도 아예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한 수산물 가게 상인은 “명태나 중국산 부세 같은 경우는 수입산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 손님들도 국산이 없는 줄 알고 수입을 찾는다”며 “이들은 국산으로 들여놓는다 해도 너무 비싸서 팔리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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