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따라 타지역 방문 대신 각종 행사 즐기고 맛집 투어
명소 등도 발길 이어져… 명절마다 텅 비었던 도시에 활력
“부모님 따라 다른 지역으로 가던 명절은 이제 그만! 이번 설 연휴에는 인천에서 소개팅도 하고 명소로 떠오른 월미바다열차도 타 볼 계획입니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 현재 홀로 사는 박이진씨(31·여). 박씨는 곧 다가올 설 연휴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난 2019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던 박씨는 명절마다 아버지의 고향인 전라북도 전주로 내려가 연휴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최근 부모님이 전원생활을 위해 충청남도 태안으로 떠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2020년 설 연휴는 바쁜 일상에 지친 박씨에게 소중한 휴식의 시간이다. 박씨는 내친김에 지난 17~19일 충남 태안의 부모님 댁도 일찌감치 찾아 설 인사까지 올린 상태다.
박씨는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소개팅 날짜도 설 연휴 중인 26일 저녁으로 잡았다. 약속 장소는 자신처럼 인천 토박이인 상대방 남성도 익숙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트리플스트리트로 정했다. 또 학창시절 친구들과는 평소 타보고 싶었던 월미바다열차도 설 연휴 중에 타보기로 약속했다. 박씨는 그 외의 시간은 집에서 편히 쉬거나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을 만나 맛집도 찾아다녀 볼 생각이다.
박씨는 “인천에서 태어나고 지금 혼자 살고 있는 인천 토박이 친구들은 할아버지·할머니, 부모님 댁을 설 연휴 중 1일 정도만 방문하고 나머지 시간을 인천에서 자유롭게 지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설 연휴 기간을 이용해 멀리 여행을 떠나는 친구도 더러 있지만, 인천의 다양한 명소와 행사를 즐기려는 친구도 많다”고 했다.
인천의 설 연휴 풍경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점차 늘어나는 인천 토박이를 중심으로 1인 가구 역시 급증하면서 명절마다 텅텅 비었던 도시에 색다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2일 통계청 ‘인구총조사’에서 나타난 인천에 거주 중인 인구 중 인천에서 태어난 인구는 지난 1995년 90만1천518명에서 20년이 흐른 2015년 117만3천790명으로 27만2천272명이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세라면 2020년에는 약 120만명의 인천 토박이가 인천에 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인천의 1인 가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를 살펴보면, 인천의 1인 가구 비율(수)은 2000년 13%(9만9천145가구)에서 2017년 24.6%(26만4천468가구)로 증가했다. 이후 추계에 따른 인천의 1인 가구 비율(수)은 2020년 26.3%(29만3천795가구)로 증가해 2040년 34.4%(45만2천397가구)까지 계속 늘어난다.
인천에 거주하는 인천 토박이가 증가한다는 것은 명절에 고향으로 떠나지 않고 인천에 머무는 이들도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명절하면 당연히 떠오르던 귀향이란 단어가, 이제는 휴식이나 자유라는 단어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들 토박이들은 자연스럽게 인천에서 명절을 보내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다양한 문화생활 발전에 큰 비중을 차지해 나간다.
인천의 1인 가구 증가 역시 인천에서 설 연휴를 보내는 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으로 확대해서 볼 수 있다. 최근 설 연휴를 앞두고 편의점 등에서 1인 가구의 명절 나기를 위한 각종 기획상품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설 연휴 기간을 이용해 찾아가 볼 인천의 명소와 행사 등에 대한 정보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인천시 등이 명절을 대비하는 정책도 변하고 있다. 종전 귀향길에 오른 시민을 위한 다양한 교통 정책에서 이제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명절을 준비하고 있다. 모두 귀향길을 떠나 명절마다 황량했던 인천의 모습은 과거일 뿐이다. 이제는, 그리고 앞으로는 인천은 점점 더 명절에 북적인다.
지역 곳곳에서 설을 맞아 박물관·전시관 등에선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열려 가족 또는 연인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또 월미도 월미바다열차를 비롯한 인천만의 특색 있는 관광지에는 많은 시민으로 채워진다.
시 관계자는 “과거 시민의 안전한 귀성길 등 귀향이 중요한 정책 중 하나였고, 너무나도 당연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인천의 토박이가 많아지고 있기에, 점점 인천만의 정체성도 높아지고 인천만의 설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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