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 야구를 시작한 지 십수 년이 지났다. 지난 2008년 고등학교 동기들로 시작된 팀이 지금은 더 다양한 직종의 인적 구성을 갖추게 됐다. 중국전문여행사 대표, 이벤트 기획사 대표, 중고차 딜러, 건설사 대표, 인력사무소 대표, 수산물 도소매업, 중소기업 직원, 공기업 직원, 중견기업 임원, 반도체납품 업체 대표, 개성공단 기업 직원, 포장마차 사장, 군인, 교사, 기자 등 직업이 다양하다. 이 단톡방은 하루에도 수십 번 까톡까톡 소리가 울려 아예 알림을 꺼두었다.
오전 마감시간이 지나고 휴대전화기를 확인하니 벌써 단톡방은 난리가 났다. 중국여행사 대표의 폭망했다는 글이 보였다. 이벤트 기획사 대표는 긴장을 타고 있다면서 사스에 메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까지 이번 일로 행사들을 다 취소하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개성공단에서 레저 제품을 생산하던 친구는 개성공단 중단 사태로 중국에 공장을 가동해 겨우 기사회생 하나 했는데 중국 공장이 가동 중지되면서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다고 한탄했다. 유통업을 하는 한 친구는 명동 거래처가 줄도산 위기에 있다며 2~3월에도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업종 변경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모 대학교 앞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사장은 제발 개학 이전에 사태가 종결됐으면 좋겠다고 메르스 악몽을 떠올렸다. 다양한 직종의 팀 구성원들이 감염병으로 인한 전파 위험 이외에도 저마다 파생되는 피해와 악영향을 걱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호들갑으로 불안감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태도는 의연하면서도 감염병과 관련된 예방과 주의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철저히 관리하고 또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한다. 현재 하는 매뉴얼이 잘못됐다면 즉각 수정하고 부족한 것들이 있으면 과하다 싶을 만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메르스의 교훈으로 많은 것이 개선됐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들이 많다. 정부와 국민의 현명하고 철저한 대응으로 이른 시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이 종식돼 팀원들의 걱정이 단순한 기우로 끝나길 간절히 바란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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