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민이 의미 있는 행동을 보여줬다. 우한 교민과 중국인 가족들을 받아들였다. 우한에서 입국하는 170명의 거소를 제공했다. 장소는 국방부 소유 국방어학원이다. 이천시 장호원읍에 있다. 정부 결정을 주민들은 두말없이 수용했다. 환영한다는 현수막까지 길거리에 게첨했다. “우한 교민이 (신종 코로나에 걸리고 싶어) 그런 것도 아니다. 반대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한 주민의 발언에선 가슴 뭉클한 인류애마저 느껴졌다.
다른 지역의 예가 기억에도 생생하다. 1월 말 정부가 특정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해당 지역에서 난리가 났다. 시설의 진입로를 트랙터로 막아버렸다. 많은 주민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정치가 선동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정부를 성토하는 성명을 냈다. 지역 군의회는 정부 방침을 비난하는 규탄서를 발표했다. 불과 10여 일 전 얘기다. 지금에 와서 ‘자발적 수용’처럼 말하니 참 우습다.
자발적 수용 턱에도 못 갈 지역 이기주의였다. 그런 행태와 극명히 대비되는 이천지역이다. 얘기를 들어보면 지역 정치와 주민의 긴밀한 대화가 밑바탕에 있다. 엄태준 이천시장이 정부 뜻을 전해 들은 건 9일이다. “장호원 국방어학원이 후보지 가운데 하나”라는 국방부 통보였다. 엄 시장은 이통장협의회, 주민 자치회, 새마을지회 등과 접촉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비난 성명 내던 다른 지역과는 근본부터 다른 접근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이 있다. 이천시민의 이번 결단은 비단 신종 코로나 긴급 상황에 그칠 일이 아니다. 이른바 기피 시설 수용을 대하는 의미 있는 결단이다. 이천시는 투쟁의 아픔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하이닉스 반도체 증설 불허 정국에서 대대적인 상경 투쟁을 했었다. 지역 경제와 국가 경제에 대한 지역의 강한 의지 표명이었다. 그랬던 시민들이 이번에는 인간애 가득한 결단의 모습을 보여줬다. 상황에 따른 분명한 분별이다.
이제 필요한 건 보은이다. 엄 시장은 이번 결정의 1등 공신이다. 그의 진솔한 접근이 없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런 그가 전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경기도와 중앙정부도 우리 희생에 보답해 줄 것이다.” 시민의 뜻을 받드는 공복이다. 이런 바람 역시 시민의 뜻일 게다. 당연하다. 이천시민이 다 싫다는 정부 짐을 떠안았다. 뒤따를 건 정부의 보답이다. 이 당연한 ‘거래’의 공식을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보고 있을 것이다.
규제에 규제가 겹쳐진 땅, 이천시다. 정부와 경기도가 응답할 수 있는 길은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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