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들에게 2월은 잔인한 달이다. 3월 새학기를 앞두고 많은 보건교사들이 학생ㆍ교직원들의 건강 관련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분장을 요구하지만 그들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이는 없다. 학교 현장에서 행정실과 보건교사 간에 업무분장을 두고 수많은 갈등이 야기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업무분장은 학교장 결정사항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사실상 먼 산 불구경하듯 뒷짐을 지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보건교사들이 공기질·미세먼지·수질 관리에 방역, 석면 관리나 물탱크 관리까지 ‘독박 잡무’에 치여 파김치가 되는 기형적인 일들이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학교 현실이다. 과밀학급이나 기간제 보건교사의 경우 잡무 부담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 공황장애까지 호소하고 심지어 학교를 떠나는 보건교사들도 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일선 학교에선 감염증 확산방지 ‘1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보건교사들이 정신없이 더 바빠졌다. 교직원ㆍ학생 교육부터 시작해 외국여행 학생 전수조사, 가정통신문 발송, 마스크와 손 세정제 구입 및 제고 관리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하루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감염병이 돌 때면 보건교사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현재 많은 학교들이 겨울방학 기간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온갖 새로움으로 생동하는 올해 3월은 ‘코로나19’까지 대응해야 하는 보건교사들에겐 더 잔인한 달이 될 것이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2016년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대응 매뉴얼’이 개정됐다. 감염병 발생 시 학교 내 ‘대응주체’가 ‘보건·담임교사 중심’에서 ‘모든 구성원’으로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감염병 대응 업무에 있어 보건교사 의존도가 높다. 비상상황으로 감염병 관련 업무가 폭증했지만, 여전히 수업 직전, 쉬는 시간 밀려드는 학생들의 응급처치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허둥지둥 수업에 들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보건교사들은 시설·환경 관리 업무분장을 놓고 행정실, 학교장 사이에서 갈등과 반목, 싸움을 올해도 하고 있다. 경기도 보건교사들의 바람은 오직 하나다. “학생들에게 전념하고 싶다.”
강현숙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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