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공무원의 보수인상 재고해야

모든 가치가 돈에 의해 결정되는 일그러진 사회가 되어, 직장도 일의 내용보다 임금수준으로 구하려는 사람이 많다.

한국보다 잘사는 나라들이 많지만, 임금 수준은 한국이 단연 높은 편이다. 한국의 고임금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졸자들의 취업이 어렵지만 이에는 사회의 왜곡된 임금구조가 한몫한다. 고임금의 대기업이나 별로 힘든 일은 없고 월급은 많으며 평생 잘리지 않을 공기업, 아니면 임금이라도 높은 기업이라야 갈 수 있다는 구직자들이 많다. 고임금의 좋은 일자리만을 원하고 있어, 취업현장이 왜곡되고 있는 것이다.

임금이 높은 회사는 인건비 탓에 일자리를 줄이거나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임금이 낮은 회사는 인력이 필요한데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경제상황은 점점 더 악화하고 있어 지금과 같은 고임금구조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우려하며, 많은 회사가 정부의 강요와 같은 요구가 없으면 더 이상 사람을 뽑지 않을 태세이다.

회사가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있어도 과도한 임금 탓에 경영부담을 느끼지 않아야 하는데, 한국은 고임금구조 탓에 인력채용을 꺼려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 간의 임금격차가 심해지면 인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기업이 비슷한 임금수준에서 출발하는 구조이어야 고용시장의 활성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기업의 고임금 구조와 이를 추구하는 구직자들의 욕구 탓에 고용에 많은 문제를 낳고 있어, 정부는 어떤 방법으로라도 적절한 임금구조를 정착시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해소시키고 청년들의 취업목표도 다양화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가 공무원의 보수를 물가 상승률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올리겠다니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인지 이해할 수 없다.

월급이 오르기는커녕 동결 또는 깎일 처지인 직장도 많다. 나의 직장도 월급 오른 적이 있었는지 까마득한 옛날 일로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국가의 어려운 경제사정에 관계없이 국민의 혈세로 매년 꼬박꼬박 보수를 올리고 있으니 정상적인 처사가 아니다. 오히려 보수를 동결하고 한국사회의 임금시스템을 개혁해 내야 할 정부가 기업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혈세를 더 많이 거둬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우겠다니 이것이 정부가 주창하는 제대로 된 나라 세우기의 올바른 모습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복지국가를 핑계 삼아 과하리만큼 거둬들인 세금을 물 쓰듯 펑펑 쓰고 있다며 분노하는 국민이 많다. 공무원들의 혈세 가로채기나 낭비도 끊이지 않는 뉴스거리이다.

보수를 올려야 하는 직종의 공무원이 분명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투명하게 밝히고 그 분야만을 현실화하면 되는 것이지, 모든 공무원의 일괄적인 보수인상은 안 될 말이다. 고위직의 인상분 반납도 국민을 속이는 기만행위와 같다. 반납할 정도의 보수라면 충분히 많다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를 자신들만의 결정으로 더 많이 가져가겠다는 발상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놓고 무슨 소리냐’고 하는 격이다. 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할 공무원의 급증으로 걱정하는 국민이 하나 둘이 아닌데 공무원의 보수인상이라니 믿기 어렵다.

고임금구조를 조정해내야 하는 현실에서 정부의 한술 더 뜨는 자신들의 보수인상은 재고함이 마땅하다. 한국인들의 임금 수준을 생각하면 한두 달의 월급으로 낼 수 있는 정도의 대학등록금은 아주 싼 편이다. 대학등록금이 비싸다며 마치 서민을 위하는 척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이 무색하기만 하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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