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샘솟는 동네 ‘샘내골’·배우는 장소 ‘배곧’… “우리말 지명, 알수록 재밌죠”

도내 곳곳 소식지·축제 등 통해
순 한글 옛이름 명맥 유지 노력
道, 고유지명 복원 절차 본격

모국어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 모국어의 날(21일)’을 하루 앞둔 가운데, 도내 곳곳에 살아숨쉬는 아름다운 순우리말 땅이름이 눈길을 끌고 있다.

“가슴마다 솟아나는 희망의 샘물~”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에 위치한 정천초등학교의 교가 중 일부다. 이곳 천천동은 가뭄에도 물이 샘솟는 동네라 하여 ‘샘내골’이라 불렸다. 이에 정천초는 샘내도서관ㆍ샘내통신문ㆍ샘내골 소식지 등으로 아름다운 옛이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회경 정천초 교감은 “선생님들이 샘내골 소식지를 나눠주며 아이들에게 ‘샘내’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주곤 했다”며 “오랜 시간 지면으로 발행되던 샘내골 소식지는 인터넷ㆍ어플 등의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목 곳곳에 노란 참새모양 표지가 걸린 이곳은 수원시 영통구 매탄4동. 주민들은 이 동네를 ‘참새골’이라 부른다. 아이들이 뛰노는 공원에 가면 지금은 폐쇄된 우물가 곁에 참새골이라는 이름에 얽힌 재미난 일화가 적혀 있다. 참새골의 토박이, 이필대 산드레미향토회장은 “우물가를 두고 모여있는 마을을 참샘골이라 불렀는데, 시간이 흐르며 참새골이라는 발음으로 불리게 됐다”며 “해마다 참새골 축제도 열리니 한 번 찾아오라”며 미소지었다.

그밖에 듣기만 해도 가슴 한 켠이 뿌듯해지는 우리말 땅이름이 있다. 그곳은 바로 시흥시 정왕동에 자리잡은 배곧신도시. ‘배곧’이란 배움터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주시경 선생이 조선어강습원의 이름을 한글배곧이라 바꾼 데서 유래했다. 이처럼 이름만으로도 마을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까지 알 수 있는 정겨운 우리말 땅이름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서 그 전통과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일 배우리 한국땅이름학회 명예회장은 “한글처럼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모국어를 가진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세계 모국어의 날을 맞아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우리땅을 우리말로 부를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또 “경기도 안에 참 아름다운 토박이 땅이름이 많으니 한 번 찾아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사라진 고유지명을 되찾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앞서 도는 398개 읍ㆍ면ㆍ동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40%에 해당하는 160곳이 일제강점기 창지개명 등을 통해 고유의 명칭을 잃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도는 31개 시ㆍ군을 대상으로 행정구역 명칭 변경 의사를 수렴하는 등 고유한 행정지명 복원 절차에 착수했다.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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