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발병한지 한 달이 넘어 힘들고 지치지만 확진자가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합니다”
코로나19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지 37일째인 26일 권선희 분당서울대병원 간호사(43)는 입원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의 근무를 마치고 인터뷰를 한 권 간호사의 목소리엔 지친 기색보다 투철한 사명감이 역력했다.
권 간호사는 “확진 환자가 들어온 후 딱 한 달이 되는 날로 처음 병동에 배정됐던 간호사도 10명에서 지금은 26명으로 늘었다”며 “시간이 지나고 환자가 대폭 늘어나다 보니 의료진들이 많이 지쳐 있고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20~30분씩 걸려서 입는 보호복은 입는 자체만으로도 체력전이다. 1시간30분 정도 입고 있으면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얼마 전엔 중증환자가 들어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권 간호사는 “중증환자를 1시간30분씩 꼬박 옆에서 핸들링하고, 다른 환자의 상태도 보고 하니 보호복을 입고 벗고만 하루에 네 번가량 한다”며 “의료진 간 감염을 막고자 식사할 때 빼곤 온종일 마스크를 쓴다”고 말했다. 한 달 전부터 권 간호사는 스스로 자가격리 하며 병원과 집만 오간다. 집에서도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남편과 아이와 각방을 쓴지도 한 달이 넘었다. “무엇보다 내가 감염되면 그야말로 환자, 병원, 의료진 모두에게 큰 일인만큼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2차 감염 없이 환자 5명을 완치했던 명지병원의 의료진들 역시 코로나19 발병 이후 매순간 전쟁이다.
메르스 발병 때도 투입됐던 명지병원 박미연 간호사(병동팀장ㆍ44)는 “코로나19 첫 환자가 입원한 이후 환자들이 하루하루 호전돼 퇴원할 때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했다”며 환자들의 완치를 고대했다. 그는 “코로나19 환자들에 악성댓글 등이 많은데, 힘들어하신다. 감염된 걸 알고 다니신 것도 아닌데”라며 일방적인 매도 등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19가 대확산 되면서 모두 어려운 시기이지만, 외부인들의 지지와 응원은 의료진들이 버틸 수 있는 큰 힘이다.
“개인이 지켜야 할 감염 예방 수칙을 잘 지켜주시고, 저희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많은 의료진과 기관 등에게 응원의 흐름이 있으면 좋겠어요. ‘고생한다’, ‘힘내라’, 이런 말 한마디가 저희에겐 정말 큰 힘이거든요.” 코로나19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는 두 간호사가 마지막으로 남긴 당부의 말은 같았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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