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70대의 한 노인이 인천시청을 찾았다. 노인은 코로나19 재난안전대책본부로 안내해 줄 것을 요청했고, 청원경찰이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다고 말하자 “박남춘 시장에게 전달해달라”며 봉투를 건넸다. 봉투 안에는 ‘코로나19 조속한 퇴치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대구! 비록 적은 금액이나 마스크 구입에 보탰으면 합니다. 인천시민 드림’이라는 내용의 손편지와 현금 24만원이 들어 있었다.
앞서 인천한의사회는 코로나19로 24시간 비상 근무 중인 공무원들에게 전달해달라며 1천만원 상당의 보약 50상자를 인천시에 전달했다. 인천 서구의 한 식품제조가공업체는 마스크 1만개를 기부했고, 화장품 개발 업체는 50㎖짜리 손세정제 1만개를 전달했다. 서구 마전동의 한 교회는 대구지역을 위해 써달라며 2억원의 성금을 기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이 망할 지경이 되자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추는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부평구 삼산1동 한 아파트 상가 건물 임대인은 임차인 8명에게 임대료를 3개월간 30% 낮춰주기로 했다. 연수구에선 복합쇼핑몰 트리플스트리트가 146개 점포의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20% 인하를 결정했다. 일부 전통시장도 임대료 인하 운동에 가세하고 있다.
코로나19의 거센 확산으로 고통을 겪는 지역과 이웃이 늘면서 온정의 손길도 늘고 있다. 인천지역의 몇가지 사례를 들었지만 전국 각계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과 유명인사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동참도 늘고 해외동포들까지 재난 극복을 위한 기부 행렬에 나서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직접 확진자를 가려내고 치료하는 의료진의 자원봉사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5일 대구의사회장이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응급실로 지금 바로 와달라’는 호소문을 띄우자 전국 의료진이 호응해 하루 만에 250여명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위험을 무릅쓴 용기가 가슴 뭉클하고 고맙다. 지금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인 대구는 병상이 모자라 집에서 대기하다가 숨지는 사례가 있다. 삼성은 병상 부족으로 자가격리돼 있는 경증환자들을 위해 삼성인력개발원 영덕연수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도 병상이 부족하고 위중한 상황이다.
전 국민이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자발적인 응원과 기부 행렬에서 국민이 합심해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가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으로 국난을 극복한 소중한 경험이 있다. 코로나19가 잠시 우리 삶을 위협하지만 용기와 희망으로 반드시 극복할 것이다. 함께 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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