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돌잔치를 취소하려던 시민이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손님 초대가 불가능했다. 업체가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계약금으로 냈던 돈 30만원만 떼이는 게 아니다. 위약시 총 행사 비용의 50%를 물어내라고 주장했다. 100만원 가까운 위약금이다. 이런 사정을 호소하는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관련 소비자 구제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 2월에만 소비자원에 수십 건이 접수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없던 예다.
결혼 예식 연기나 취소의 경우 피해 규모는 더 크다. 위약금의 기준이 70%다. 21일 인천시 중구의 한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하려던 시민이 있었다. 코로나 사태로 부득이 연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예식장 측이 위약금을 내라고 했다. 그 액수가 480만원이다. 결혼식 취소도 아니다. 날짜를 미루는 것인데도 이랬다. 이보다 더한 예식장도 많다. 곳에 따라 행사 비용의 100%를 물리는 곳도 있다. 관련 구제 신청도 폭주한다.
본보가 인천 지역 12개 예식장을 현장 조사했다. 이 가운데 8곳이 위약금을 받고 있거나 받겠다고 했다. 사정을 헤아리는 곳도 있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혼주의 편의를 봐주는 곳이다. 베스트웨스턴 인천로얄호텔 웨딩홀과 라마다 송도호텔 훼딩홀, 인천아시아드웨딩 컨벤션 등은 고객의 입장을 헤아렸다. 8월 이내로 연기하면 위약금을 받지 않았다. CN 천년웨딩 계산점은 아예 날짜와 상관없이 위약금을 받지 않았다.
코로나19에 우리 경제가 질식하고 있다. 너나없이 파국을 맞고 있다. 이 고통을 분담하자는 공감대가 들풀처럼 일고 있다. 경기, 인천, 서울에서의 ‘임대료 미담’도 끝이 없다. 어디는 임대료의 50%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아예 안 받겠다는 건물주들도 속출한다. 급기야 국민 성금 운동으로까지 이어진다. 본보도 ‘코로나 극복을 위한 도민 모금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흡사 ‘IMF 금 모으기’와 같은 국민운동을 보고 있다.
이 와중에 무슨 짓인가. 손님이 오지 않는 돌 잔치를 뷔페에서 할 순 없다. 인적 없는 결혼식은 상상할 수 없다. 당연히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고객에게 위약금 폭탄을 물리고 있다. 그것도 계약에 따른 위약금 수준이 아니다. 행사 비용의 50%, 100%를 떠안기는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 시기에 이게 할 짓인가. 뷔페와 웨딩홀 횡포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코로나 돈벌이’는 잔인하다.
업체는 법적인 권리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민 권리를 주장하겠다. 명단을 공개하자. ‘코로나 고통을 분담한 웨딩홀’과 ‘코로나 위기를 악용한 웨딩홀’의 실명을 밝히자. ‘위약금 청구’가 권리라면 ‘착한 웨딩홀 공개’도 권리다. 국민 5천여명이 감염되고 30여명이 죽어나가는 상황이다. 돌잔치 미뤘다고 100만원 뜯어내고, 결혼 미뤘다고 500만원 챙겨 받는 업체의 이름을 공개하는 게 어느 법에 걸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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