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비들이 꿈꾼 웰빙은 어떤 모습일까.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하기도 하는 요즘과 비교하면 불편하기 짝이 없을 테다. 그렇다고 그 시대의 풍류가 요즘보다 덜 하진 않았다. 여행용 수레와 등산용 가마를 타고 가기도 하고, 여행을 갈 땐 운치를 더욱 즐기기 위한 시를 쓰는 종이, 운패 등이 필수품이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평화롭고 고요한 마음을 유지하며 여가를 즐기려 했던 경지가 책 <임원경제지>의 <이운지>(풍석문화재단刊)에서 펼쳐진다.
임원경제지는 농학의 대가인 실학자 서유구(1764∼1845)가 홍문관 부제학에서 물러나고서 손수 농사를 짓고 은거하면서 18년 동안 편찬, 집필한 책이다. 113권 54책으로 250만 자가 넘는다. <임원경제지>에서는 조선 선비에 대한 통념적인 상과 전혀 다른 진짜 선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농사를 짓기도 하고, 물고기를 잡기도 하며, 장인처럼 가정용품을 제조하기도 한다. 이 책을 번역 중인 임원경제연구소가 총 16개 부분(志ㆍ지) 가운데 다섯 번째로 선비들의 취미생활을 소재로 한 <이운지>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이운지>의 ‘한가로운 삶의 일과(연한공과)’에서는 서재에서 한가로울 때 하는 일들을 나열한다. 잔일을 하거나, 서안을 정리하거나, 벼루를 씻거나, 글자를 모사하거나, 시문을 짓거나, 졸거나, 누워 있거나, 단편 글을 보거나, 명상하거나, 벗들과 맑은 담소를 나누거나, 술을 조금 마시거나, 정원을 손질하거나, 향을 사르고 차를 달이거나, 바둑을 둔다. 또 닭 울음에 일어나서는, 온몸을 깨우는 운동을 함으로써 하루를 시작하고, 잠들 때까지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여행 수단인 여행용 수레와 등산용 가마의 용도, 구조, 만드는 법, 이용법에 대해서도 나온다.
경치 좋은 곳에 까는 방석, 모기나 바람을 막기 위한 텐트, 향을 피울 재료를 담는 향구, 그릇이나 음식 일체를 수장하는 호리병 모양의 합과 등나무 합, 행장 상자 등 행장을 하나씩 소개했다. 이들을 소개할 때는 재료ㆍ모양ㆍ용도ㆍ제조법ㆍ예술적 가치ㆍ사용법ㆍ효과 등과 관련한 정보를 알려준다.
21세기 우리들의 삶은 분명히 조선인들과 다르다. 훨씬 더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쫓기듯 바쁘고 정신없이 살고 있다, 고상함과 유유자적과는 멀다.
책에서는 200여 년 전 조선 말기의 생활문명의 종합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사라져버린 조선 문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오늘날 우리가 인간다운 삶으로의 일상을 어떻게 개혁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듯하다.
값 3만3천원.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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