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포에 갈 길 잃은 대구ㆍ경북 학생들… “지역감염 이유로 지역감정이라니 속상”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왔다는 이유로 원룸도 쉽게 못 구하고 있어요. 지역감염을 우려해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것은 정말 슬퍼요”

경기도 내 A 대학교 인근 부동산에서 개강을 앞두고 매물을 구하던 B씨(23)는 끝내 발걸음을 돌렸다. 대구에서 올라온 B씨는 고향에서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집주인들이 계약을 받아주지 않아 결국 방을 구하지 못했다.

B씨는 “방을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받아주는 사람이 없어서 친구를 통해 어렵게 방을 구했다”며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도내 대학가 일부 원룸촌에서는 대구ㆍ경북 학생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끝내 방을 구하지 못한 학생들은 개강 후 머무를 거처가 없다며,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이 지역감정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지역차별주의’로 번질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4일 지역 부동산 업계와 대학생 등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 내 일부 대학가 원룸촌에서는 대구ㆍ경북 지역 학생들을 피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수원 C 대학 앞 원룸촌 부동산들을 방문한 결과 이런 현상을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다. 이 대학 앞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D씨(45)는 “일부 집주인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대구ㆍ경북 학생들을 받아주길 꺼리는 경우가 있다”며 “집주인이 싫어하다 보니 민감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군포 E 대학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재학생들은 대구ㆍ경북지역 학생들이 대신 방을 구해달라는 부탁을 한 적이 있다며, 이를 악용해 이익을 편취하는 사례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온라인이나 뉴스에서 대구ㆍ경북지역의 코로나 확산 속도를 시시각각으로 다루다 보니 혐오글이 퍼지면서 이로 인해 대구ㆍ경북 지역의 학생들도 덩달아 위축되고 있다고 심각성을 전했다.

실제로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원룸 구하러 오는 대구 학생들 구별법’ 등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혐오글들이 올라오는 실정이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종의 ‘인포데믹(잘못된 정보나 악성 루머가 매우 빠르게 확산되는 정보전염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대구 신천지 교회, 경북 청도병원 등 특정 지점이 있음에도 감염자를 지역으로 분류하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상황이 대구ㆍ경북에 대한 지역차별주의 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면서 “지역으로 감염자를 나누기보다는 감염 경로나 감염 기간 등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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