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일부 기업의 입사지원서에 가족 관계와 출신지 등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공정법)을 위반하는 항목이 있어 취업준비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일부 기업은 위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추천인·주량·흡연량·주사용 손 등까지 입시지원서에 쓰도록 해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8일 인천지역 취업준비생 등에 따르면 지역 기업의 입사자원사에 채용절차 공정법을 위반하는 신체조건·출신 지역·가족사항 등의 항목이 다수 포함해 있다.
재영솔루텍과 한미반도체는 입사지원서(자사 홈페이지)에 본적과 가족관계(성명·연령·학력·직업 등)를 기재토록 했다.
머큐리는 가족사항(성명·연령·출신교·직장명·직위 등)을 구체적으로 적도록 명시했다.
인맥이나 청탁 등으로 공정한 채용을 방해할 수 있는 직무와 상관없는 항목도 있다.
재영솔루텍은 입사지원서에 추천자를, 셀트리온도 추천인 항목을 각각 뒀다.
한미반도체는 구직자에게 주량·흡연량·주사용 손까지 쓰도록 해 취업준비생의 불만을 사고 있다.
취업준비생 A씨(인천 서구·25)는 “과거에 주량, 흡연량, 주사용손 등을 지원서에 적게하는 정도면 회사 분위기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알 것 같다”며 “취준생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 정보를 얻는데 이런 지원서를 본다면 좋은 조건이라도 지원하기 망설여질 것 같다”고 했다.
취준생 B씨(인천 계양구·26)는 “지원서를 보고 직무역량과 상관없는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회사라고 생각했다”며 “술도 못하고 담배도 못하는 나 같은 지원자는 일찌감치 입사를 포기할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2019년 7월 개정한 채용절차 공정법을 보면 구직자에게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용모·키·체중·출신지·혼인 여부·재산 등 개인정보를 요구하면 1회 위반 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재영솔루텍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아 홈페이지에 있는 지원서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했고, 홈페이지 해당 지원서는 수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영솔루텍은 본보의 취재가 있자, 이날 홈페이지의 해당 입사지원서를 삭제했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도 “해당 지원서는 10년 전 지원서고 현재는 구직사이트 양식에 맞게 채용하고 있다”며“사이트에 있는 옛날 지원서는 수정토록 하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담당 지방청에서 단속하고 있다”며 “추천인과 주량 등의 항목은 법률상 규제대상이 아니라 실질적인 규제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전반적인 사회 정서가 공정채용과 인재의 창조성을 더 많이 생각하는 추세”라며 “지나치게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학연이나 연고 등을 따라가는 구태의연한 인사방식을 노출하는 것은 취준생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일으킬 뿐”이라고 했다.
강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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