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가별로 언어가 다르듯이 예술계에서도 작가와 연출가 등이 사용하는 언어는 저마다 상이하다. 특히 미술 분야에서 어떤 작가는 조각으로, 어떤 작가는 회화로, 또 어떤 작가는 영상으로 자신만의 매체를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파주 갤러리 소소가 오는 29일까지 선보이는 5인 작가전 <Square>는 각 작가들의 언어가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을 목격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다.
전시명 Square가 광장, 정사각형을 뜻한다는 점에서 보여지듯이 참여 작가인 김인영, 김형관, 민유정, 이혜인, 최영빈 작가는 저마다 다른 스타일과 테크닉을 갖춘 조형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자신들만의 공통적인 회화 공간이자 조건을 상징하는 사각형을 모티프로 삼아 전시를 펼친다. 여기서 사각형은 물리적 질료, 작가의 조형 어법, 세계를 인식하는 작가의 태도가 한데 만나는 지점이다. 작가들은 이 사각형 위에서 삶의 감각을 시각화하고자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먼저, 김인영 작가는 디지털 시대에 변화한 회화의 환경을 탐색하며 작가가 인지한 감각들을 다양한 기법과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림 ‘Layers’와 설치 작품 ‘Smooth Membrane’ 모두 다소 몽환적인 그림체로 독자에게 신선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는 디지털 세계 속 끊임없이 발생하는 저장과 축적의 매커니즘이 평면 위에 옮겨졌거나 새로운 차원의 물성으로 드러낸 방식으로 디지털 화면의 작동방식과 성질과도 연관 있다. 김형관 작가의 ‘Study Tree’ 시리즈도 울창한 숲을 올려다 본 것 같은 풍경을 통해 낯설고 생경한 풍경을 드러내나 그 와중에도 기존 조형 어법과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이혜인 작가와 최영빈 작가가 물감을 이용해 각각 린넨과 캔버스 위에 화려한 색채를 뽐낸 작품들도 관람객의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이 작가의 ‘알베르틴’ 시리즈 중 하나인 ‘겨울 밤 알베르틴’은 겨울 밤 속 장미나무의 모습을 그려내 꽃과 잎이 떨어진 자리에서 새어 나오는 빛, 그에 겹치는 나무의 선, 온도에 반응하는 기름 등을 정교하면서도 치밀하게 묘사했다. 최 작가의 ‘눈 감아도 검은 빛’도 다소 난해해보일 수 있는 외양과 달리 내면에는 작가 자신과 캔버스 위 조형들이 맺는 관계를 통해 추상 이미지를 나타나게 해 다양한 해석을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민유정 작가의 ‘발사’ 시리즈와 ‘꽃’ 시리즈도 수많은 매체를 통해 이미지가 범람하는 와중에도 일상의 리얼리티를 작품에 담아 ‘본다’는 것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작가들은 전시에 앞서 평면의 회화 공간이란 화가에게 있어 ▲세계의 풍경이 기록되는 공간 ▲잠재된 내면의 흔적이 길어 올려지는 공간 ▲끊임없이 새로운 조형이 나타나는 공간이라고 다양하게 해석했다. 이들은 다양한 해석 중에서도 공통적으로 한정된 회화 공간 안에 저마다의 오랜 관찰과 고민, 무수한 붓질을 통한 미적 지향점과 정체성이 투영돼 있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전시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다섯 작가가 그리는 대상과 그것을 자신의 작업 세계에 끌어들이는 방식은 모두 다르지만 삶 속에서 느끼는 예술가의 감각과 객관적 현실을 전시장에 옮겨놓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담아냈다”라며 “이 같은 맥락에서 출품된 작품들 간 관계를 파악해 갈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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