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일상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도 않지만, 정부는 아예 모이지도 말라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다. 초중고 개학이 연기되고, 공공 미술관ㆍ박물관ㆍ도서관ㆍ공연장 등이 폐쇄됐다. 체육시설ㆍ문화센터 프로그램도 중단돼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른다.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경로당ㆍ노인복지관도 문을 닫은지 오래다. 문을 연 영화관은 텅텅 비었다. 프로스포츠 리그는 무관중 경기를 펼치거나 리그를 중단한 상태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 접촉을 하지않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확산하면서 각종 공연도 올스톱 됐다. 국내외 많은 뮤지션들의 공연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펑크록 밴드 ‘그린데이’는 22일로 예정된 한국 공연을 비롯해 싱가포르와 일본 등 아시아 투어 일정을 모두 연기했다. 팝 뮤지션 ‘미카’, 알앤비 뮤지션 ‘칼리드’, 영국의 래퍼 ‘스톰지’, 싱어송라이터 ‘톰 워커’도 3, 4월에 예정된 내한 공연을 연기 및 취소했다. 최근 4번째 정규앨범 ‘MAP OF THE SOUL 7’을 발표한 방탄소년단도 4월 잠실주경기장에서 개최하려던 콘서트를 전면 취소했다.
반면 관객없이 ‘무관중’ 공연을 하는 곳도 있다. 경기도립극단은 12~15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소극장에서 공연 예정이던 ‘브라보 엄사장’을 취소하고, 대신 12일 오후 4시 도문화의전당 공식 유튜브 채널 ‘꺅티비’를 통해 공연을 생중계한다. 관객없는 배우들만의 공연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일정을 연기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문화의전당 측은 “관객들과 약속을 지키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도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무관중 생중계 공연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립극단은 공연장에 있는 듯한 생동감 있는 중계를 위해 스튜디오형(EFP) 카메라 6대와 지미집(무인카메라 크레인)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경기도립극단처럼 유튜브 생중계 등 온라인 콘텐츠로 관객과 교감하려는 시도가 곳곳에 있다. 실제 무대의 현장감은 덜하지만 ‘랜선’을 통해서라도 공연 취소ㆍ연기의 아쉬움을 달래고 소통을 이어가려는 노력이다. 수익을 떠나 무대에 오르기 위해 흘린 땀을 그대로 식히기 아쉬워서이기도 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창작공연 지원사업인 ‘창작산실’ 선정작들을 네이버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6일 무용 ‘히트&런’에 이어 12일에는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을 생중계한다. 녹화 중계도 한다. 온라인을 통한 문화예술 감상이 코로나19의 불안과 공포를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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