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진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초인적인 후각을 가진 인물로 향기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한다. 이 때문에 향수 제조법을 공부하기도 하고, 사람의 체취를 얻어 향수를 만들고자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소재와 내용을 갖췄다고 평가받은데는 아마도 ‘향기’가 인간의 오감인 후각을 만족시켜주고 향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파주 갤러리 카페 헤이리스는 <고흐, 향기를 만나다> 전시를 통해 고흐의 생애와 작품을 조명하고 이를 통해 조향사가 얻은 영감으로 만든 향수를 선보인다.
다음달 10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단순 작품 감상과 고흐의 생애를 공부하는 시간을 넘어서 조향사들이 만든 향수를 접해보고 향수 공방 형태로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전시라 전시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전시 섹션은 고흐의 생애와 연관지어 ▲빈센트의 색, 그리고 향기 ▲화가가 되는 길 ▲파리로 향하다 ▲아를에서 정신요양원까지 ▲마지막 오베르 등 5개로 구성했다. ‘빈센트의 색, 그리고 향기’ 섹션에서는 고흐가 작품에 사용한 색과 이를 향으로 표현할 때 사용되는 향료가 함께 전시돼 색채와 향기 간 연결 관계를 알 수 있다. ‘화가가 되는 길’ 섹션에서는 고흐가 26세가 되던 해 예술가로 되기로 결심한 후 걸어온 길과 그에게 예술적 영감을 제공한 농민들의 생활, 그를 농민 화가로 만든 이야기, 이 같은 배경 덕분에 탄생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파리로 향하다’ 섹션에서는 파리에 도착한 후 어두운 색에서 벗어나 인상주의 특유의 따뜻하고 화려한 색채에 녹아든 고흐의 삶을 보인다. ‘아를에서 정신요양원까지’에서는 고흐가 더 밝고 아름다운 색채와 예술가 공동체 설립을 위해 파리를 떠난 후 자연을 그려냈지만 정신 문제로 요양원에 입원하며 만들어낸 명작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마지막 오베르’ 섹션에서는 말년에 고흐가 정신 요양원을 떠나 오베르 쉬아즈로 향해 2달 동안 약 70여 점의 작품을 그려내며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운 시기를 조명한다.
각 섹션에는 콘셉트 별 향수들이 준비됐으며 갤러리 안 향수 공방에서는 각종 향기 체험과 클래스가 준비돼 직접 그림을 보고 그리면서 향기로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자기자신만의 향으로 섬유 향수와 디퓨저 등을 만들 수 있는 체험형 전시가 준비됐다.
이번 전시의 관람료는 대인(만 13세 이상) 5천400원, 소인(36개월~만 12세) 4천500원, 유아 무료 입장이다. 향기 체험 패키지는 입장료 포함 섬유 향수 1만3천500원, 디퓨저 1만6천200원, 디퓨저 2만2천500원이다. 그림을 보며 나만의 향수를 직접 만들어보는 조향 원데이 클래스도 마련됐다.
권오탁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