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화성 장안면 시골마을에 사는 A씨(86)는 1934년생이지만 목요일인 12일에도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했다. 무릎 관절 수술로 오래 걷기 어려운 그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약국이 2.4㎞가량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만 80세 이상으로 대리구매가 가능하지만 혼자 사는 탓에 이 역시 불가능하다. A씨는 “아들이 등본 주소지를 옮긴다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며 고개를 저었다.
#사례2. 안양 동안구에 거주하는 싱글맘 B씨(33)는 3교대 근무 중인 간호사다. 7살 난 딸아이를 둔 B씨는 5부제 해당 요일과 주말 모두 이른 새벽에 출근해야 한다. 이 때문에 B씨는 약국에 줄을 설 수조차 없다. B씨는 “아이를 돌봐주는 어머니가 대신 약국을 찾았으나 동거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도대체 우리는 언제, 어떻게 마스크를 사야 하는 거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마스크 5부제’가 본격 시행된 후 비학생 청소년 차별 논란(본보 11일자 7면)이 발생한 데 이어,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까지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중복 구매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과도한 본인확인ㆍ대리구매 기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마스크 5부제는 본인 구매를 원칙으로 하되, 만 10세 이하 어린이ㆍ만 80세 이상 노인ㆍ장애인 등에 한해 대리구매를 허용한다. 이런 가운데 주민등록부상 동거인(장애인은 장애인등록증을 지참한 대리인)만 대리구매가 가능한 탓에 독거노인ㆍ거동 불편자ㆍ한부모 가정 등의 취약계층이 소외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도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 중 ‘혼자 또는 부부만 사는 가구’는 58만4천997가구다. 또 ‘한부모 가정 및 조부모와 미혼손자녀 가구’는 54만1천705가구다. 이와 함께 2015년 기준 도내 ‘각종 장애ㆍ치매ㆍ뇌졸중 등으로 활동에 제약을 받는 1인가구’는 12만8천694가구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직접 마스크를 구매하고자 약국ㆍ우체국 등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주민등록부상 동거인을 요구하는 조건 때문에 대리구매도 불가능에 가깝다.
이처럼 마스크 5부제 기준에서 밀려난 취약계층이 방치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대리구매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 우선으로 마스크가 배부되는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현행 대리구매 기준은 따로 보호자가 없는 취약계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분배 방식”이라며 “관내 취약계층을 잘 파악하고 있는 주민센터를 통한 마스크 공급과 대리구매 조건 완화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양진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5부제 정착을 위해 대리구매 대상자를 당장 확대하기는 어렵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대리구매 대상자 추가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