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장에선 눈도 마주치지 않을 정도의 기싸움을 펼치는 ‘라이벌’ 관계지만, 인생에선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든든한 동반자’ 입니다.”
TV 프로그램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을 통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국민적 스타로 떠오른 같은 팀 선ㆍ후배 이승호(35)와 임태혁(32ㆍ이상 수원시청)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훈훈한 브로맨스로 상생의 시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이승호와 임태혁은 민속씨름 금강급(90㎏ 이하)을 대표하는 ‘최강 듀오’로 꼽힌다.
올해 설날장사씨름대회 금강장사인 ‘3초의 승부사’ 이승호는 2016년 천하장사 대회 금강·태백 통합장사 우승을 비롯해 통산 9번 체급 정상에 올랐다.
또 ‘씨름의 희열’ 초대 태극장사에 등극한 ‘모래판 황제’ 임태혁 역시 총 14차례 금강장사 패권을 안으며 ‘제2의 이만기’로 각광을 받고 있다.
모래판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최고의 라이벌이지만, 한솥밥을 먹는 둘은 경기장 밖에서는 누구보다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는 절친한 선후배다.
이승호는 “8년째 한 팀에서 뛰는 우리는 추석과 설을 합쳐 명절만 16번 함께 했다. 가족은 아니지만 친형제 이상으로 가깝게 지낸다”면서 “특히 올해 ‘씨름의 희열’에 함께 출연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임태혁 역시 “시합장에선 서로 으르렁 거리며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치지만, 밖에서는 친형처럼 믿고 따른다. 특히,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이)승호형 덕분에 많은 의지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언뜻 보면 같은 체급 경쟁자인 둘의 관계가 소원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슬럼프 등 고난의 시기가 찾아왔을 때 함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며 상생하고 있다.
임태혁은 “4년 전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2년간 장사에 등극하지 못했다. 정말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 때 제 곁을 지켜준 게 승호형이었다”면서 “옆에서 끊임없이 자신감을 심어준 승호형의 따뜻한 배려와 세심한 조언 덕분에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승호는 “일부에선 우리가 서로 기술을 전수하고 함께 전력을 분석하는 모습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경쟁자의 성장이 득이 될게 없다는 판단에서다”며 “그러나 저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승부의 세계에서 홀로 외롭게 정상에 머무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오히려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돼 동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때 팬들께서도 더 큰 울림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현재 최전성기를 함께 열어가는 둘은 남은 선수생활기간 동안 서로의 매력을 흡수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한다는 각오다.
이승호는 “태혁이는 동생이지만 본받을 점이 많다.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과 성실한 훈련 태도는 후배지만 정말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임태혁은 “승호형은 남자다운 단단함이 있다. 자기관리를 잘하고 중요한 순간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모습은 정말 부럽다. 형의 이 같은 강점을 본 받아 더욱 큰 성장을 이뤄내고 싶다”고 강조했다.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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