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PC방. 20대 남성 3명이 탄식과 함께 게임을 종료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높은 사양이 요구되는 FPS 게임(1인칭 슈팅 게임)을 즐기려 했지만, 초반부터 화면이 뚝뚝 끊기는 등 반복해서 ‘렉’이 발생하는 탓에 게임 진행이 안 돼 짜증이 폭발한 것이다. 컴퓨터 사양이 게임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모자라 벌어진 일이다. 이들이 더 분노한 이유는 ‘전 좌석 FPS 게임 최적화 사양’이라고 광고한 PC 입구 입간판 때문이었다. PC방 이용객 황재현씨(22)는 “고사양이라는 광고를 보고 찾아왔는데, 스트레스를 해소하러 왔다가 더 쌓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FPS 게임 등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손님들을 끌어들이고자 컴퓨터 사양을 ‘뻥튀기’, 허위ㆍ과대 광고하는 PC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본보가 지난 13일과 14일 이틀에 걸쳐 ‘고사양 스펙’으로 광고하는 도내 PC방 10곳을 방문, 확인한 결과 PC방 10곳 중 5곳이 실제 컴퓨터 사양과는 다른 ‘사양 뻥튀기’를 하거나, 일부 좌석만 고사양인데 마치 전 좌석이 고사양인 마냥 과대광고를 하고 있었다.
이곳 PC방에서 CPU, 그래픽카드 등 컴퓨터 사양을 확인할 수 있는 ‘하드웨어 모니터링 프로그램’을 사용해보니 실제 설치된 하드웨어는 광고했던 것들보다 성능이 낮은 제품들이었다.
고양시의 한 PC방은 가격이 약 130만원에 이르는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2080ti’가 설치돼 있다고 광고했지만, 실제 확인 결과 50만원 가량인 ‘지포스 GTX1070ti’가 설치돼 있었다. 수원시의 한 PC방은 70만원 가량의 CPU ‘인텔 코어 i9-9900K’가 설치했다고 했으나 실제는 약 30만원 수준의 ‘인텔 코어 i5-9600K’가 장착돼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그래픽 카드 변경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컴퓨터에 설치된 하드웨어의 ‘문자’만 변경하는 수법을 쓰고 있었다. 이는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일반 이용자들이 구별하기 어렵다. 실제 이 프로그램은 쉽게 내려받을 수 있었다. 악의적 목적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일부 업주들이 이를 악용해 이용자들을 속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PC방의 만연한 허위ㆍ광고 광고에 대한 단속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내 한 구청 관계자는 “소비자 기만행위로 볼 수 있지만, 어느 부서에서 단속할 지정해진 것이 없다”며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모든 PC방을 단속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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