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보훈대상자 매년 수천 명씩 증가
지역 특색에 맞는 보훈정책 필요한데
서울지방보훈청이 총괄… 감당 어려워
‘촘촘한 보훈복지’ 지자체와 협력 필수
서울-경기권 분리해 지방청 신설 필요
지난해 3ㆍ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행사 사업이 대규모로 펼쳐지면서 보훈에 대한 국민의 역사의식 고취는 물론 호국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경기도에 사는 보훈가족은 여전히 ‘홀대’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보훈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경기도 지역의 각 보훈지청을 총괄하는 곳이 서울지방보훈청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조직 규모 역시 늘어나는 인구에 비해 작아 경기도만의 보훈정책이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경기도 보훈조직의 구조를 살펴보고 1천300만 경기도민의 걸맞은 보훈정책이 펼쳐질 수 있도록 그 방법을 모색해보자 한다. 편집자 주
■ 계속되는 인구 유입… 보훈수요 대상자도 증가
신도시 개발 등으로 경기도에 인구가 몰려 보훈 수요 역시 각 보훈지청에 쏠리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총괄하는 곳은 ‘서울지방보훈청’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민만을 위한 보훈정책이 펼쳐지려면 가칭 ‘경기도보훈청’이 신설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16일 국가보훈처와 경기지역 각 보훈지청 등에 따르면 보훈정책은 환경변화에 맞게 행정의 효율성을 도모하며 꾸준히 바뀌어 왔다. 행정대상 역시 독립 및 국가수호자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됐고 보훈대상자의 범위도 독립, 국가 유공자에서 독립, 국가, 참전, 민주, 제대군인, 고엽제 환자 등으로 넓어지면서 수요는 꾸준히 늘어왔다.
국가보훈처가 낸 경기도 보훈대상자 통계(지난해 12월 기준)를 보면 △2015년 18만 1천476명 △2016년 18만 3천711명 △2017년 18만 6천633명 △2018년 18만 8천590명 △2019년 19만 183명으로 최근 5년간 매해 수천 명씩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보훈수요에 걸맞은 행정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경기도를 총괄하는 보훈청이 없어 서울지방보훈청에 경기도의 정책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또 서울지방보훈청은 경기도를 제외하고 서울 11개 구(區)와 인천보훈지청, 강원동ㆍ서부보훈지청, 서울남ㆍ북부보훈지청을 총괄하고 있는 탓에 경기도 특성에 맞는 보훈정책이 선제적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경기지역 각 지청의 인력(경기동부보훈지청 34명, 경기남부보훈지청 42명, 경기북부보훈지청 43명, 인천보훈지청 45명)이 증가하는 보훈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각 지청의 공무원 대비 보훈대상자 비율이 인천, 경기남ㆍ북ㆍ동부가 전국 보훈지청 21개 중 1~4위를 차지할 만큼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보훈지청 관계자는 “보훈정책과 관련해 행정대상이 독립, 국가수호자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되면서 경기도만의 보훈청 설립의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보훈업무의 특성상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서울과 경기권을 분리해 지방청 신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타 부처 수도권 지역 담당하는 관할청 존재… 기관 협력 위해 승격 필요
수도권 지역 부처별 지방청 존재 역시 경기도보훈청 신설 이유를 더 하고 있다. 보훈처의 경우 서울지방청이 서울, 경기, 인천, 강원을 총괄하고 있는 반면 식약처는 서울지방청과 중부지방청이 그 역할을 나누고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경기권에 8개 지청을 두고 인천에 중부지방청이 있다. 국세청도 서울지방청과 중부지방청이 역할 분담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중소기업벤처부 역시 서울지방청, 경기지방청, 인천지방청, 강원지방청을 두고 있으며 병무청도 서울지방청과 경인지방청, 강원지방청 등 각 지역의 행정수요에 맞게 조직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훈 관계자들은 도 단위 기간에 맞는 위상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보훈업무가 행정 대상자의 예우, 보상, 복지 수행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협력이 필수적인데 현실적으로 타 기관장과의 직급이 맞아야 원활한 업무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 예로 부산지방보훈청은 한국전력과 함께 보훈 가족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방보훈청 단위에선 대기업, 공기업과 함께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청 단위에선 이를 부러워하는 실정이다.
보훈 관계자들은 “보훈 업무 특성상 지청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다른 기관과의 협력을 위해서라도 경기도보훈청의 신설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경기도만의 보훈청 만들어야”
이재익 전 수원보훈지청장(경기남부보훈지청)은 “경기 남부지역에만 100만이 넘는 도시들이 있고 이 행정력을 뒷받침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면서 “경기 남부와 북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서울청에서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며 경기도보훈청 신설을 역설했다. 이어 “서울 인구도 많기 때문에 서울청에서 서울시만 담당하기도 벅차다. 경기도에는 계속해서 인구가 늘어나고 있어 경기도만의 보훈청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지청장은 보훈청 신설 이유로 도 단위 기관과의 협력 체계 문제를 들었다. 이 전 지청장은 “현재 경기도에 있는 보훈지청장들은 3, 4급이다. 이들이 도지사 등을 대상으로 협력을 펼치기란 한계가 있다”면서 “능동적인 보훈정책이 펼쳐지기 위해서라도 1천300만 경기도보훈청 신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희시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장 역시 경기도보훈청 신설을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보훈은 국가사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에서 사업을 추진하면 경기도는 중간 역할만 해온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경기도보훈청이 신설된다면 모세혈관에 해당하는 현장 소리를 담을 수 있어 촘촘한 보훈 복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위원장은 “큰 틀에선 보훈 정책도 다른 정책과 발맞춰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도 필요하다”면서 “경기도는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고, 도농복합지역이기에 지역 특색에 맞는 보훈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라도 경기도만의 보훈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남·용인=이정민·김승수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