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날지 몰라 생계 막막”… 투잡 뛰는 자영업자들

사태 장기화에 도내 학원·식당 등 인건비·임대료·공과금 내기도 벅차
물류창고 배달 등 알바하며 버텨 “정부 지원 결국 대출 빚… 도움 안 돼”
자영업·개인사업자 보호 법 개정 시급

#사례1. 용인 기흥구에서 13년째 피아노와 보습학원을 각각 운영하는 A씨(44) 부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눈앞이 캄캄하다. 이들은 정부의 휴원 권고에 따라 지난달부터 한 달째 학원 문을 닫고 있지만, 강사들의 월급과 보험료ㆍ건물 임대료 등은 계속 지출되는 상황이다. 결국 A씨 부부는 물류 아르바이트에 뛰어들기로 했다. 주간근무인 A씨는 오전 6시30분께 집을 나서 오후 8시가 다 돼서야 돌아온다. 온종일 물류창고에서 입ㆍ출고와 진열 등의 일을 하고 받는 돈은 불과 7만7천761원. 반면, 학원 한곳에서 나가는 보험료만 월 90만원에 이른다. A씨는 “메르스 사태 때도 적금을 깨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강사들의 월급을 챙겨주려면 매일 쉬지 않고 일을 해도 모자라다”고 하소연했다.

#사례2. 화성 남양읍에서 7년째 한식당을 운영 중인 B씨(56)는 식당 문을 계속 열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시민들의 외부 활동이 줄자 매출이 반토막 난 것이다. 이에 B씨는 영업시간을 줄이고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배달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주말처럼 배달 주문이 많은 날은 오토바이를 열심히 몰면 8~9만원 정도 번다. 여기서 업체 수수료와 유류비 등을 떼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5만원도 채 되지 않을 때가 많지만, 네 식구의 생계를 위해 멈출 수는 없다. B씨는 “정부에서 50조원이나 푼다고 말은 하지만 결국 대출 아닌가”라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자영업자에게 빚을 내라는 게 어떻게 지원책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이 먹고살기 위해 ‘투잡’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 확산 여파로 본업을 통한 생계유지가 곤란해진 데다 사태가 장기화하자 부업에 나선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일 코로나19 사태 관련 경제적 위기 대응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비상 금융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ㆍ소상공인ㆍ자영업자 등에 대해 금융권 대출 관련 조치가 취해져 시중 은행 어디에서나 1.5% 수준의 초저금리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들이 당장 생계유지가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태가 언제 종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의 대출은 자영업자에게 곧 기약 없이 쌓여가는 ‘빚’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휘청였던 자영업계가 코로나 사태로 재차 치명타를 맞은 격”이라며 “근로기준법이 여전히 고용주 아래 고용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자영업자ㆍ개인사업자들이 보호받을 수 없는 실정으로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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