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튜브에 소금으로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바이러스 예방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동영상은 2천5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소금 성분이 바이러스를 억제 혹은 파괴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이런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온라인을 타고 흘러다니다 결국 사고를 쳤다. 집단 감염이 벌어진 성남 은혜의강 교회에서 목사 부인이 분무기로 신도들 입안에 소금물을 뿌린 것이다. 이 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0명을 넘었다. 잘못된 정보가 바이러스 확산을 부추긴 사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사태를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한 가운데, 유튜브와 SNS를 통해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감염병 유행(epidemic)을 합성한 용어로,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을 뜻한다.
지금도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엔 ‘소금물이나 식초로 입을 헹구면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거나 ‘농도 0.9% 소금물에선 바이러스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눈·코·입에 소금물을 뿌리면 된다’는 글이 떠돈다. ‘13억 인도 사람이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카레를 먹기 때문’이라거나, ‘안티푸라민을 코 밑과 입 주변에 바르면 세균과 바이러스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하지만 모두 비과학적인 소문들이다. 남양주에선 바이러스를 소독한다며 메탄올(공업용 알코올)을 물에 타 분무기로 집안에 뿌렸다가 가족이 병원에 실려갔다. 포항에선 지폐를 소독한다며 5만 원권 지폐 180만 원어치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다 훼손된 일이 벌어졌다. 해외에선 인포데믹으로 목숨을 잃는 사고도 일어났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독용 알코올을 마신 이란인 44명이 목숨을 잃었는가 하면, 홍콩에선 마늘이 특효라는 소문을 듣고 생마늘 1.5kg을 먹은 사람이 병원에 실려 갔다.
허위 정보가 범람하면 감염병과 관련된 신뢰성 있는 정보를 찾기 어렵고, 이 때문에 사회 구성원 사이에 합리적인 대응 대신 혼란과 불안이 확산하게 된다. 결국 가짜ㆍ허위 정보가 넘쳐나는 인포데믹 현상은 코로나19 대응을 어렵게 한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손 씻기 등 위생 지키기, 사회적 거리 두기, 철저한 기침 예절 준수, 마스크 쓰기 등 기본적인 방역 지침 외에 바이러스를 막는 검증된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국민 개개인이 높은 시민의식을 발휘해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정부를 믿고 기본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 신뢰가 백신이자 치료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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