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울려서 꺼버렸어요”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으로 하루에도 수차례 긴급재난문자가 쏟아지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특히 손 씻기 강조 등의 내용까지 큰 경보음과 함께 재난문자로 발송되는 것을 두고 감염병 사태에서의 알 권리 보장 보다 불필요한 불안감 조성, 되려 안전불감증까지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20일부터 지난 23일까지 64일간 발송된 긴급재난문자는 무려 6천54건에 이른다. 같은 기간 경기지역에서는 657건이 송출됐고 이는 2019년 한 해 동안 도내에서 발송된 123건의 5배를 넘는 수치다.
2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긴급재난문자는 메르스 사태를 겪고 2017년부터 각 지자체에 발송 권한이 주어졌다. 재난문자는 재난의 경중에 따라 위급재난ㆍ긴급재난ㆍ안전안내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위급재난은 공습경보, 화생방경보 시 발송되고 긴급재난은 테러, 방사성물질 누출 예상 시 보내진다. 가장 낮은 단계의 안전안내는 앞선 경우를 제외한 재난경보 및 주의보 시 송출되며 코로나 사태 중 시민들이 받는 재난문자가 이에 포함된다. 손 씻기 등 생활수칙은 재난문자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확산 초기에는 빠른 정보 전달의 역할을 했던 재난문자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오히려 시민들의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확진자가 없다는 내용이나 손 씻기를 비롯한 생활수칙,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처럼 긴급하지 않은 내용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큰 경보음을 울리며 발송되는 탓이다. 게다가 인터넷에 이미 공개된 확진자 발생 여부, 동선 등이 뒤늦게 재난문자로 발송되는 일도 있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아예 알림을 꺼놓고 있어 과한 재난문자가 오히려 안전불감증을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정부는 지난 5일 각 지자체에 행동수칙 등 긴급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재난문자를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김포ㆍ이천ㆍ구리 등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손 씻기 등 행동수칙까지 재난문자로 발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왕시청에서는 지난 6일 밤 11시7분께 중복된 내용을 포함해 총 12건의 재난문자를 연달아 보내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과도한 문자 개수뿐 아니라 정작 방역조치 여부 등의 주요내용은 빠진 채 단순히 동선만 나열해서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 판단에 맡기다 보니 기준 없이 들쑥날쑥한 경우가 있다”며 “국민이 혼선, 불편을 겪지 않도록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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