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코미디 공부 많이 했습니다”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이주일씨는 우리나라 코미디계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 인물이다. 특히 폐암으로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금연을 호소하는 공익광고에 출연해 많은 감동을 주었으며 WHO(세계보건기구)는 그에게 공로상을 주기도 했었다. 그는 우리 코미디계의 1인자였으면서도 14대 국회의원이 되어 금배지를 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통일 국민당을 창당했던 정주영 회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주일씨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면서 한 말이 그의 금연 공익광고 못지않게 감동을 주었다. “4년 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그러니까 코미디계의 1인자도 배워야 할 만큼 국회가 코미디였다는 뜻이다.

역시 고인이 되었지만 ‘하숙생’으로 너무 유명한 가수 최희준씨도 15대 국회에서 새천년 민주당으로 진출했었다. 그 역시 생전에 후회되는 것은 부친께서 정치는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어쩔 수 없이 발을 들여 놓은 것이라고 술회했다. 왜 그의 부친은 아들에게 정치는 하지 말라고 말렸을까?

요즘 우리 정치판 돌아가는 것을 보면 그 대답이 나온다. 그리고 왜 이주일씨가 4년간 코미디 공부 많이 한 것으로 정치판을 빗대어 말했는지 이해가 된다. 도대체 ‘위성정당’이니 ‘의원 빌려주기’, ‘4+1’이니 하는 단어들을 어떻게 교과서대로 공부하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27일 그렇게 아우성치며 소위 정치개혁을 한다고 패스트트랙까지 발동해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이 이런 것이었는가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역시 정치는 코미디이다. 오죽하면 정의당 심상정 대표까지 나서 ‘국민의 표를 도둑질하는 꼼수 정치’라고 개탄했을까. 그런데 선거법 개정을 위한 4+1 열차에 동승하고서 뒤늦게 개탄하는 것을 보면 이 역시 코미디가 아닐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끄는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정봉주ㆍ손혜원 의원이 이끄는 열린민주당 사이의 친문(친 문재인)표를 끌어 모으는 경쟁이 마침내 갈등으로까지 표출되는 것도 코미디다. 더욱 헷갈리는 것은 정봉주 전 의원이 ‘우리는 4월15일까지 전략적 이별’이라 했고, 더불어 민주당의 사무총장은 오히려 현재의 공천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주도한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 간의 공천 갈등도 코미디이다. 한선교 미래한국당대표와 공병호 공관위원장이 물러나고 강경 태도를 바꾸면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공식 발표됐던 비례대표 공천명단이 백지화되고 재검토되는 것 역시 코미디가 아닌가. 이런 가운데 비례대표 앞자리를 차지하고자 위성 정당에 의원을 빌려주는 것은 세계에서도 없을 것이다. 물론 민생당의 전신인 바른 미래당 소속 8명의 의원이 미래 통합당 등 각자 도생을 위해 셀프 제명을 한 것도 그렇지만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큰 혼란을 겪은 것도 우리 정당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정말 셀프 주유소, 셀프 세차장하는 것처럼 정당에서 셀프 제명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경험한 것이다.

한 마디로 이 모든 것이 ‘꼼수의 극치’이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공자는 정치의 최고의 가치를 믿음(信)이라 했는데 우리 눈앞에 전개되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모습들은 믿음의 정치가 아니라 코미디이다. 이주일씨가 살아있어 이 현실을 보면 ‘또 한번 코미디 공부 잘했다’ 할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