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촌각을 다투는 게 지금의 방역 행정이다. 시간, 분 단위로 확진자가 늘어난다. 확진자 발생 때마다 행정력이 달려간다. 거소 주변을 소독하고, 확진자 동선을 확인하고, 연관 시설을 폐쇄하고, 시민에 안내문을 발송한다. 이 모든 절차에 조금의 오류도 있어선 안 된다. 책임자는 이 모든 순간에 결심을 해야 한다. 급변하는 여건에 따라 순발력 있는 대안을 내는 것도 책임자의 몫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토론이 아니라 현장이다.
실상이 그렇지 못하다. 정세균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가 대표적이다. 매일 아침 8시 30분에 화상 회의를 연다. 정부 부처 책임자, 광역 지자체 단체장, 기초 단체 책임자가 모두 참석한다. 화상 회의의 대부분은 정부 부처의 보고 청취다. 그날의 발생 현황, 부처별 대책 및 진척 상황, 향후 계획 등이다.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여력도 거의 없다. 중앙 부처 얘기를 일방적으로 듣기에도 빠듯하다. 이런 회의를 한 달 동안, 일주일에 7번씩 하고 있다.
시군에는 이게 끝이 아니다. 총리주재 회의가 끝나면 화상 회의는 경기도 주재로 이어진다. 여기서 또 경기도로부터 코로나 상황을 설명 듣는다. 총리 주재 때보다는 쌍방향 소통의 기회가 많다고 하지만, 시군 책임자는 오전의 절반을 화상 기기 앞에 붙들려 있어야 한다. 또 있다. 화상 회의가 모두 끝나면 지자체별 회의도 이어진다. 일부 지자체는 시간 절약을 위해 생략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매일 반복되고 있는 3단계 일일 회의다.
다 잘해보자고 하는 회의다. 심각 단계로 격상된 코로나 사태의 책임자는 국무총리다. 총리가 직접 주재하면서 생기는 공직 사회의 긴장감도 있다. 하지만 효율성이라는 측면도 고민해봐야 한다. 부처에서 장관에 보고하는 상황을 모든 지자체 책임자가 시청해야 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해 볼 문제다. 같은 형태의 화상 회의를 매일 아침, 일주일 내내 해야 하는 것인지도 고민해 볼 문제다. 언제까지 보고와 지시의 테이블에 모두를 잡아둘 건가.
전대미문의 사태다. 한 사회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방역, 격리, 예방 등은 드러난 일부에 불과하다. 종교시설, 양로원, PC방, 노래방, 학원, 교습소 등을 통제하는 것도 행정기관이다. 휘청대는 지역 경제를 살피고 지원해야 하는 것도 행정기관이다. 회의하는 모습이 차라리 사치스럽기까지 하다. 회의를 줄이자. 필요한 때, 필요한 인원만 참석하는 회의로 대치하자. 이야말로 총리, 도지사, 시장ㆍ군수에게 지금 필요한 전향적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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