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행궁동 일대 정비를 위해 수십억원을 투입하고도 법령에 어긋나는 외국어 간판을 방치(본보 30일자 6면)하고 있는 가운데 간판 관리를 위해 마련된 법과 조례마저 모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시는 지난 2011년 행궁길 간판교체 등으로 옥외광고 분야 대통령상을 받은 데 이어, 2013년 간판정비에만 30억원을 쏟아붓는 등 130억원가량의 예산을 행궁동 일대에 투입했다. 이처럼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보존하고 그 주변지역을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사용했지만, 정작 행궁동 일대에는 법령에 맞지 않는 외국어 간판이 늘어나고 있다.
30일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모든 간판은 한글 표기가 원칙이며 관광특구 등에 한해 한글과 외국어의 병기를 고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원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는 행정예고를 통해 주민의 의견을 듣고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한글과 외국어를 병기하는 사항을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본지에서 취재를 시작할 때까지 해당 조례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행궁동 일대가 지난 2016년 관광특구로 지정됐음에도 지금까지 이 같은 절차 이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외국어만 표기된 간판뿐 아니라 한글ㆍ외국어 병기 간판마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설치된 것이다.
이처럼 수원 행리단길에 만연한 외국어 간판의 모습은 구체적인 규칙까지 마련해 한글 표기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ㆍ경복궁 일대의 모습과 대조된다.
종로구는 지난 2002년 인사동ㆍ경복궁 일대를 문화지구로 지정, 자율설치가 가능한 간판에 대해서도 한글 표기 원칙을 권고하고 있다. 또 한글과 외국어를 병기할 때도 한글을 20% 이상 표기해야 한다는 세부 규칙까지 세워 이를 지키지 않은 간판은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이 같은 행정지도 아래 해외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까지도 이 일대에서는 한글 간판을 달고 있다.
종로구 관계자는 “면적 5㎡ 이하 등 자율설치 간판을 행정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지만, 간판개선 사업에 포함시켜 한글을 표기하도록 하는 등 간판의 한글 표기를 주안점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수원시는 지난 18일 향후 5년간 200억원 투입 계획을 밝히는 등 화성의 관광자원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법령과 조례는 등한시하는 모습이 드러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관할구청에 현장 확인을 지시하겠다”며 “조치할 방안이 있는지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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