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년 사이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이전에는 없었던 예술 장르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이전에는 음식으로만 사용된 식재료가 이제는 어엿한 공예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물에 녹기 쉬워 식재료 이상의 가치를 갖지 못했던 설탕과 소금도 몇몇 작가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미술 재료로 손꼽힌다.
설탕을 주 소재로 다양한 공예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슈가크래프트>가 오는 2일 예술공간 봄에서 열린다.
오는 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정은 작가의 개인전으로 제목 그대로 설탕공예의 장이다. 보통 설탕공예는 슈가파우더, 분말젤라틴, 물엿 등을 이용해 설탕반죽을 만든 후 본격적인 공예에 들어간다. 이때 만들어지는 공예 작품은 작가 역량에 따라 저마다의 개성을 띤다. 설탕공예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 단단하게 굳지만 작은 충격에 쉽게 부서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양한 작가들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작품들 덕분에 오래오래 모든 이들의 기억 속에서 살아 숨쉰다.
한 작가가 선보이는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서구풍 느낌을 풍긴다. 그의 ‘요정’ 시리즈는 작게는 가로, 세로, 높이가 10~15㎝, 크게는 50~55㎝ 규모로 구성됐다. 이 시리즈는 개별적인 요정 개체는 물론 나무 집이나 꽃 등 주위 자연 환경과 조화를 이뤄 서양 판타지물에서나 나올 만한 풍경을 연출한다. ‘마리아’ 시리즈도 성녀를 설탕공예로 형상화해 친숙한 형태를 성스러우면서도 단아하게 소개한다. 특히 ‘백설’은 하얀 피부를 가진 여성의 모습으로 순수함, 청량함, 묘한 매력 등을 느낄 수 있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예술공간 봄 관계자는 “설탕공예 작품은 단순하게 입으로 먹는 케이크의 범주를 넘어 눈으로 즐기고 간직할 수 있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발전하고 있다”라며 “전시장을 방문해 부서지기 쉬우면서도 내면의 견고함으로 은은한 매력을 풍기는 작품을 감상해 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 작가는 지난 2014년 베이커리&SIBA슈가크래프트경연대회와 지브라아트페어에 참가했으며 해당 경연대회에서는 입상한 바 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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