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공항은 뚫렸고, 수도권은 1천명 됐다

해외 유입發 수도권 초토화
총리 ‘우린 열고 방역’ 자랑
공항 행정 붕괴… 정부 책임

결국, 1천명을 넘었다. 수도권 확진자 수다. 숫자가 갖는 의미가 크다. 집단 공포로 가는 임계점이다. 대유행의 문턱에 놓인 계단이다. 정책의 틀을 바꿔야 할 위기다. 많은 시민이 그렇게 말했다. 많은 전문가도 그렇게 경고했다. 어제(4월1일) 0시로 그 선이 무너졌다. 1천42명 확진.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촌각으로 변하는 상황이 어지럽다. 발표되는 수치가 뒤섞여 놓였다. 그래도 찬찬히 보자. 그러면 보인다. 공항 붕괴다.

그 증명이 시민 손에 있다. 휴대폰 속 확진자 알림 문자다. 코로나 사태 초기, 휴대폰은 어쩌다 울렸다. ‘수원 3번째’, ‘용인 2번째’…. 그러다가 2월 초 요동치기 시작했다. ‘분당재생병원’, ‘은혜의강 교회’…. 3월 초, 못 보던 문자가 등장했다. ‘미국방문 이력자 확진’, ‘프랑스 입국자 확진’…. 이 즈음 수도권 확진자는 300명 선이었다. 이후 해외 입국자 확진 문자가 폭주했다. 두 달 걸렸던 500명이 단 열흘만에 1천명에 왔다.

공포의 객체는 확실해졌다. 해외 입국자 감염이다. 3월 하순부터 본격화됐다. 그즈음 정부 통계도 확인된다. 22일 11명, 23일 13명, 24일 20명, 25일 34명, 26일 30명…. 입국자의 70%가 수도권 주민이다. 곧바로 수도권 현실로 이어졌다. 이제 수도권 확진자의 절반이 해외 입국자다. 대구 경북에선 없는 경로다. 충청도, 전라도도 이렇지 않다. 전국엔 없고 수도권에만 있는 통로. 이 통로가 ‘수도권 확진 1천명’의 주범이다.

‘공항’에 정부는 없었다. 순서도 없이 갈팡질팡했다. 유럽발 입국자를 검역했다. 3월22일부터 시작했다. 그땐 이미 이탈리아의 떼죽음이 돌 때였다. 한참 전 시작했어도 늦은 거였다. 현장에서 결과가 나왔다. 22일 이전 입국자의 확진이 속출했다. 유럽발 통제는 실패했다. 이번엔 미국 등으로 확대했다. 27일부터다. 이날 미국의 확진자는 18만1천99명, 사망자는 3천440명이다. 미국발 확진자도 여럿 나왔다. 역시 늦었다.

지자체와의 공조도 안 보였다. 지자체는 어떻게든 해보려 했다. 공항에서 지역민을 빼냈다. 호텔로 가족을 대피시켰다. 명단이 필요했다. 23일 서울시장이, 24일 수원시장이 호소했다. “입국자 명단을 보내 달라.” 그때 흘러나온 정부 측 답변이 이거다. ‘명단 제공 방식을 논의 중이다’(법무부), ‘중대본 차원에서 검토할 일이다’(질병관리본부). 세상 느긋한 핑계를 해대던 그 이틀, 프랑스 입국자와 가족 3명이 또 실려 나갔다.

이 와중-27일-에 총리의 자랑이 나온다. “(코로나에 임하는 우리 자세는) 신속, 투명, 혁신, 자율 네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절대 공감 못 할 단어다. 대한민국 공항 검역은 느렸고, 불투명했고, 보수적이었고, 타율적이었다. 덧붙여 이런 자랑도 한다. “우리 경우는 봉쇄보다는 열어놓고 전파를 차단하는 방법에 집중해왔다.” 외신 기자 모임이길 다행이다. 수도권 기자였다면 따졌을 것이다. ‘공항을 연 겁니까. 뚫린 겁니까.’

서로 다른 두 코로나다. 하나는 대구·경북 코로나다. 신천지발 코로나로 초토화됐다. 주민이 힘들었고, 정부도 고생했다. 고비를 넘기고 있다. 잘했다고 자평(自評)한다. 다른 하나는 수도권 코로나다. 해외 입국자발 코로나로 초토화됐다. 공항이 뚫렸고, 정부는 헤맸다. 확진자가 1천명까지 왔다. 옆 시(市)에서 옆 동(洞)으로, 이제 옆집까지 왔다. 내 생활 속에 들어온 공포다. 실패한 공항 방역이다. 무능한 정부 행정이다.

형법(刑法)에 권한과 책임론이 있다. 그때 들은 우스운 예(例)다. ‘장마에 떠내려온 돼지똥에 하류 주민이 피해를 봤다. 돼지 기른 주인 책임이냐, 아니면 똥 싼 돼지 책임이냐’. 강의에나 쓸법한 질문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이런 선택이 종종 생긴다. 대구·경북 코로나는 신천지 책임으로 끝났다. 똥 싼 돼지가 진 책임이다. 공항 뚫린 수도권 코로나는 누구 책임일까. 이번에도 똥 싼 돼지책임일까. 정부 아닌 공항만의 책임일까.

단언할 수 있다. 정부의 ‘공항 방역 행정’은 실패했다. 그 결과가 수도권의 ‘4월1일 1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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