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만나 하나 되는 섬… 낭만愛 빠져든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일상에서의 행동 반경이 줄어들고 자연스레 보고 듣고 즐길 거리가 사라졌다. 더욱이 이번달은 봄과 여름의 경계선으로 신혼여행과 봄나들이 등 다양한 야외활동이 이뤄져야 하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이에 본보와 우촌 박재곤 선생은 수도권 내 가볼 만한 명소와 그곳에 딸린 역사와 배경을 조명해 독자들이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의 운치를 즐길 수 있게 하고자 한다. 독자들은 이번 기획 기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막을 내린 후 가볼 만한 곳들을 하나하나 버킷리스트에 담을 수 있을 전망이다. 기획 기사는 이번 기사를 시작으로 2주에 한번씩 목요일마다 연말까지 연재된다. 편집자 주
■ 남이섬의 역사,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북한강 청평호수위에 가랑잎처럼 떠 있는 섬 ‘남이섬’은 상상의 나라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섬’이라는 지리적인 특성으로 배를 타야만 들어 갈 수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장에는 8개 나라의 언어로 된 작은 안내책자가 비치되어 있다. 지금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처럼 봄은 왔는데, 코로나19와 어수선한 총선분위기로 세상 돌아가는 모습은 봄 같지 않다. 그런 가운데 이 ‘섬나라’로 취잿길에 올랐다.
남이섬은 본래 홍수 때만 섬이 됐지만 1944년 일제가 청평댐을 건설, 북한강 수위가 상승하면서 완전한 섬이 되었다. 앞섬이라는 뜻의 남섬으로도 불렸던 남이섬 지명의 유래는 남이섬 북쪽 언덕의 돌무더기에 조선 초기의 무장인 남이 장군이 묻혀 있다는 오랜 민간전승에 기인하여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이다.
남이섬 유원지의 설립자인 민병도 선생은 1965년 남이섬 조성 초기, 남이장군의 넋을 위로하고 장군의 기상을 기리기 위해 돌무더기 주위에 봉분을 쌓고 추모비를 세웠다. 노산 이은상 선생이 추모 글을 짓고 일중 김충현 선생이 글씨를 썼다. 남이섬에 있는 이 묘는 허묘(虛墓)이고 남이 장군의 진묘(眞墓)는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 남전리에 있다. 조선시대에는 반역죄로 처형을 당한 사람의 후손들이 선조의 묘를 만드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래서 실제 묘지는 화성군 비봉면 남전리 산 145번에 몰래 만들었다. 그 묘가 밝혀지면 그 묘는 훼손 당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관계자들이 죽음까지 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묘(假墓)를 만들어 본래의 묘지를 지켜 왔다고 한다.
남이섬은 한 때 이 섬의 대표였던 강우현 디자이너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불리는 ‘상상의 나라’로 변모시켰다. 2001년 (주)남이섬 대표이사직을 맡은 강 대표는 상상경영, 역발상경영, 청개구리경영 등 별난 이름의 경영이론을 몸소 실천하면서 황폐했던 남이섬을 연간 내외국인 330만명이 즐겨 찾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바꿔놨다.
■ 겨울연가 그리고 신혼여행부부
강 대표의 나미나라공화국 20년, 짧은 역사에서 오랫도록 기록에 남길만 한 소중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 ‘겨울연가’와 ‘남이섬 화쟈이웬’은 단연 압권이다.
‘겨울연가’는 KBS 2TV에서 2002년 1월14일부터 2002년 3월19일까지 방영된 KBS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는 바로 일본으로 수출되어 일본의 NHK ‘겨울소나타’(ふゆのソナタ)’로 방영되면서 그 인기가 폭발했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한류의 붐을 불러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NHK의 ‘겨울소나타’를 보게 된 30~40대 이상의 일본 여성들은 잊고 지났던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순정과 기억의 향수를 반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 여성들이 한 동안 개인적으로나 또는 단체관광단의 일원이 되어 남이섬을 찾아 왔고 ‘욘사마의 생가’를 찾아 춘천으로 왔다. 덩달아 가평과 강원도 춘천의 경제까지 크게 도움이 되었고 막국수와 닭갈비까지 일본에 크게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됐다.
나미나라 공화국 취재길, 곱게 차려 입고 이 곳 저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젊은 한 쌍의 남녀를 만났다.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라고 했다. 신혼여행계획은 외국의 관광지였는데 코로나19로 비행기 길이 막혀 국내여행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신혼여행길 어젯 밤, 두 사람은 새끼손가락을 걸고 한가지 언약을 했다는 이야기 한 토막은 잔잔한 감동이었다. 남이섬 신혼여행경비는 당초 외국여행 예상경비의 4분의 1로도 넉넉했다는 계산, 나머지 돈은 간호사인 신부 친구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 기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 남이섬 화쟈이웬의 추억과 남이섬의 먹거리
‘화쟈이웬(花家怡園)’은 베이징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식당인데, 남이섬에서는 ‘화쟈이웬’ 해외지점 최초이자 국내유일의 지점을 개점한 적이 있었다. ‘화쟈이웬’은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9개의 사업장을 거느리고 있는 세계굴지의 외식업재벌로 직원수가 2천600명이 넘고 본점 한 곳의 연간 순수익이 160억원이 되는 외식업소다. 전체 사업장의 순수익은 400억원을 웃돈다는 외식업재벌의 유일한 해외지점을 서울이나 한국의 대도시가 아닌 외진 북한강 속의 작은 섬에다가 열게 된 사연은 참으로 흥미롭다. 2010년 여름, ’나미나라공화국‘임을 자임하는 한국의 작은 회사가 중국의 여러 경로를 통해 세계 최다 인구의 중국정부에다 “‘나미나라공화국’에는 반듯한 중국음식점 한 곳쯤은 있어야 하니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도와 주어야만 한다”는 요청을 했다.
드디어 2011년 이른 봄, 화쟈이웬 본점에서 전문인력 12명을 나미나라공화국으로 파견했고 그해 4월13일에는 화쟈이웬 남이섬점이 역사적인 영업을 개시했다. 화쟈이웬의 대표메뉴는 북경오리요리인데 이 요리를 조리하는데는 98회의 칼질을 요한다고 했다. 그만큼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식탁에 올리는 여러 종류의 낯선 음식들 중에서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을 본뜬 장식을 한 왕새우볶음요리 ‘조초명하’는 예술작품인양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화쟈이웬 측에서는 당초 나미나라공화국에서 중국음식장사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었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래서 ‘나미나라공화국’에 세계적인 자신들의 중국음식을 선 보이는 것으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되었고 중국음식을 먹으며 중국문화를 체험하고 중국문화가 스스럼없이 이 섬에 스며들기를 바란다는 뜻을 남기고 떠났다. 이제는 그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었으니 매우 아쉬운 생각이다.
우촌 박재곤 선생은…
1936년 대구에서 태어남
우촌미디어 대표
전국산촌미락회 상임고문
주요저서
산따라 맛따라
이렇게 사는 인생
작은 마을에 사는 큰 행복.
1960년대 한국의 산악운동
(공저. 제1필자. 제5회 대한민국산악대상 수상)
귀환길의 식도락 가평 ‘다믈촌’
청평호수 물줄기 벗삼아… 입안으로 퍼지는 자연
경춘선 청평역과 청평버스터미널이 있는 마을에서 신청평대교를 건너 가평군 설악면으로 가는 청평호반은 산과 물이 어울린 멋진 절경이다. 이 절경 속 화야산 자락에는 음식점과 별장 그리고 방갈로가 많다. 그만큼 주변의 경관이 아름답다는 것을 잘 말해 주는 대목이다. 이 절경의 화야산 끝자락 회곡리에는 별난 이름의 음식점 ‘다믈촌’이 있다. 다믈촌에서는 청평호수의 큰 물줄기가 내려다보이고 물 건너 한 눈에 들어오는 산이 호명산이다. 호명산 정상에는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 하는 호명호수가 펼쳐져 있다.
‘다믈촌’은 아주 드물게 가평에 있는 ‘농가맛집’이다. 농가맛집은 농촌진흥청에서 지원하는 농촌형 외식사업장으로 지역 농산물을 활용, 음식관광활성화와 향토음식자원화사업을 위하여 선정한 업소다. ‘다믈촌’은 흔히들 말하는 ‘분위기 있는 업소’로 알려져 드라이브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음식점의 기본 필수조건은 ‘맛’이겠지만, 그 ‘맛을 누가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 하는 것 또한 맛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업주 김유진 대표를 깊이 알게 되면 ‘다믈촌’이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집을 찾고, 이 집이 식도락 업소로 회자 되는지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가까운 대형매장에서 쉽고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식재료보다 주변에서 맑은 산수의 기운을 받고 자란 싱싱한 친환경농산물 사용을 고집한다는 것이 주변의 평판이었다. 자연히 계절 따라 음식상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발효효소관리사와 약용식품관리사의 자격을 갖춘 김대표의 발효식품에 관한 정성은 각별한 것으로도 소문이 나 있었다. ‘다믈촌’의 장독대에는 언제나 30여 가지의 채소와 과일들이 발효 중이라고 한다.
손님들, 특히 어르신들에게 지극정성이라는 김유진 대표가 차려내는 음식에는 아름다운 마음과 효심(孝心)이 담겨져 있다. ‘다믈촌’에서는 정례적으로 마을의 어르신 40명을 업소로 초청, 대표음식인 능이토종닭백숙을 위시, 노인층이 즐기는 음식들로 기쁨을 선사하며 잔치를 베풀고 있다고 한다. ‘다믈촌’에서는 아름답게 잘 꾸민 찻집 ‘참새언덕’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메뉴: 능이토종닭백숙 8만원, 옻닭ㆍ오리백숙 각 7만원, 뽕닭백숙ㆍ얼큰볶음탕ㆍ오리불고기 각 6만5천원, 묵무침ㆍ감자전ㆍ두럽(회, 전, 튀김) 각 2만원, 부추전ㆍ김치전 각 1만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주소: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회곡가래골길 4 (설악면 회곡리 47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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