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만 18세가 투표권을 가지게 되면서 고3 학생 일부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만 18세 유권자 수는 54만8천986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수의 1.2%에 해당한다. 경기도에서도 3만5천여명의 만 18세 유권자가 첫 투표를 한다. 이에 각 정당들은 415 총선에서 새롭게 한 표를 행사할 만 18세 유권자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모바일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중심으로 전개될 새내기 경쟁에 유권자 표심은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도 내 고3 새내기 유권자 5인의 첫 투표를 앞둔 심정과 그들이 바라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학생 눈으로 바라본 선거와 정치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반장 선거와 학생회장 선거만 겪어온 나에게 우리 시를 대표할 리더를 뽑는 선거권이 주어졌다. 지금까지는 선거날이라고 하면 단지 ‘쉬는 날’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그저 먼 얘기인 줄만 알았던 선거권이 주어졌다고 하니 그저 신기했다. 나의 선택 하나로 우리를 대표할 대표자를 뽑는다고 하니 막중한 책임감이 생긴 기분이다.
학급에서, 내가 원하는 반장은 책임감 있고 모든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학교에서, 내가 원하는 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학생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었다. 마찬가지로 내가 바라는 정치인은 우리를 대표해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주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올바른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국민들의 땀방울이 맺힌 세금을 온전히 다시 국민들의 몫으로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 시민이 후보자 본인에게 행사한 값진 한 표에 대해 후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올바른 정치’가 아닐까? 시민들의 한 표와 그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시민들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언제나 그들을 위해 일하는, ‘올바른 정치’를 하는 사람이 진정한 ‘올바른 정치인’이 아닐까?
2018년, 운산고등학교에서 경기도교육감 모의 투표를 실시했었다. 개표 결과는 실제 개표 결과와 매우 유사했다. 직접적으로 교육을 받는 입장으로서 우리가 원하는 교육감의 모습과 그들의 공약을 비교해보며 토론했고 신중히 투표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선거 연령이 확대됨에 따라 처음으로 선거권을 얻게 된 나를 포함한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도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읽어보고 신중히 선거권을 행사했으면 좋겠다. 나 또한 학생회장으로서 ‘올바른 학생 자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학생 자치 회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용세영(광명 운산고)
‘소중한 한 표’ 사회를 바꾸는 힘
2002년 3월생인 나는 이제 막 만 18세가 됐다. 주민등록증을 만들며 벌써 어른이 된 것 같은 기쁨과 설렘을 느꼈던 것과는 달리 실제 선거에서 투표를 한다는 사실이 학생 신분인 내게는 여전히 어색하고 낯설기만 하다.
나는 스스로에게 과연 이번 선거의 중요성과 우리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많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리고 이는 내가 이번 선거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지역사회나 국가보다는 개인의 정치적 입지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인들을 많이 봐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우리 지역을 위해 힘쓰는 진실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학생의 입장에서 나와 같은 청소년들은 물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을 위한 고민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 역량이 있는 후보인지를 판단하며 신중하게 투표에 임할 것이다. 또한 당선된 정치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의정 활동을 하는지 눈여겨보며 앞으로도 유권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계속 행사할 생각이다.
청소년들은 정치의 본질과 정치인의 역량에 대해 아직 잘 모를 수도 있다. 이런 우리가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이번 선거법 개정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가 입법과 정책에 더 많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가 기대한 것처럼 청소년 유권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며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투표에 임할 것이라 믿는다. 후보자들의 이력과 공약들을 참고해 신중하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제1세대가 될 것이라고 다짐해 본다.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는 미국 대통령 링컨의 말처럼 우리의 투표가 소중한 꿈을 실현하고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강효빈(고양 능곡고)
나의 첫 투표… 상상이 현실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나 역시 이번 총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예전에 만 18세 선거권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한 경험이 있는데 상상만 해봤던 고등학생으로서의 투표가 현실로 이뤄지니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막상 선거권이 나에게 주어지니 어떤 후보자를 뽑아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다.
내가 바라는 정치인과 정치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고등학생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교육제도와 대입, 취업 등에 대한 정책이 가장 크게 와 닿을 것이다. 특히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고 이에 대한 대책이 뚜렷하게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생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예기치 못한 교육환경의 변화에 대해 확실한 대응을 마련해줄 수 있는 정치인들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 같다.
매년 들려오는 부정부패한 정치인에 의해 ‘과연 내가 투표에 참여한다고 해서 혼탁한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아직 투표에 참여해보기도 전에 정치참여에 대한 욕구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깨끗하고 청렴한 정치와 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정치인을 원한다. 실망감만 안겨주는 정치인이 아닌 만족감을 안겨주는 정치인을 바란다. 또한 겉보기에 좋은 공약을 내세우기만 하기보다는 후보자가 공약으로 제시한 것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내가 투표해서 내 손으로 뽑은 정치인이 공약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고, 정치에 대한 신뢰감이 쌓이면서 이후 선거에도 참여해 직접 정치를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18세가 참여하는 첫 선거인 동시에 내가 참여하는 첫 선거여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18세 선거권자는 학생을 대변하는 선거권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선거에 참여함으로써 내가 바라는 정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 김소민(수원 조원고)
목소리 내는 국민, 뛰는 정치인
훌륭한 정치인은 누구일까?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의제 속에서는 여론을 잘 수용해 산출하는 정치인이 답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개인이라도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관철한다면 그를 좋은 정치인이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여기서 시각을 조금만 돌려보면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훌륭한 정치인은 절대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정치는 투입과 산출 그리고 환류의 연속적인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 국민은 정치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유세 시기에만 얼굴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매일 도시를 뛰어다니며 여론을 수집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수집된 여론을 어떻게 결과로 나타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나온 결과들은 국민들의 여러 환경에 영향을 끼치고 다시 그 영향을 토대로 새로운 투입이 이뤄질 것이다. 적극적인 투입과 산출, 그리고 진행되는 객관적인 피드백, 이런 과정들이 수준 높은 정치를 이루는 것이고 이 체계를 매끄럽게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수용력 있는 정치인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뛰어야 하고 국민들은 소리를 내야 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루소는 영국인들이 투표한 날에만 자유롭고 그 뒤로는 다시 노예 상태로 회귀한다고 말했다. 대의제 아래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국민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 선거를 해 많은 투입의 방법 중 한 가지를 더 얻게 돼 기쁘다. 하지만 선거는 투입의 한 종류일 뿐이고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나아가 아직 투표권을 갖지 못한 국민들까지도 선거만이 정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며, 국가에 국민의 뜻이 전달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모든 것이 정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좋겠다. 그렇게 돼 많은 투입이 ‘훌륭한’ 정치인들에게 가고, 그 투입이 산출돼 국민들의 환경에 좋은 영향을 주는 그런 정치를 꿈꾸고 싶다. 남윤호(수원 수성고)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합의’ 이뤄져야
‘정치에 참여하기를 거부함으로써 받는 벌 중 하나는, 나보다 못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정치 철학가 플라톤이 남긴 말이다. 법이 개정된 후 우리 청소년들이 정치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을 갖게 됐다. 이번 총선을 통해 청소년들은 정치에 한 걸음 다가갈 기회를 마련했다. 이것을 계기로 학교에서 의무 정치 교육을 실시하는 법안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기존 과목에서 배웠던 정치는 현실 정치와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결국 해당 과목 또한 주입식 교육의 한 부분으로 여겨져 청소년들은 정치에 큰 흥미를 보이지 못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청소년 유권자 14만 시대에서 우리는 어떤 교육을 통해 정치를 배워야 할까?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였던 독일은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통해 정치교육의 혼란을 마무리 지었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세뇌된 가르침에서 벗어난 정치 교육을 지향하고, 참된 정치교육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교육적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이 합의는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한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됐다. 이제는 독일을 교훈 삼아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합의가 이뤄질 시점이다.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보다 자유롭게 정치를 토론할 장을 형성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교는 학생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능동적으로 이뤄지는 배움의 장이 될 것이다. 더불어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청소년 유권자들은 청소년을 단지 ‘어린 학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진지하게 청소년과 함께 고민하며 정책을 추진할 후보자를 원한다. 우리 청소년들도 신중한 판단 하에 가치 있는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제21대 국회위원 선거에서는 더 나은 경기도,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청소년들의 위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주세린(의정부 송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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