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민 작가 “수원설화 속 이야기 통해 지역 자긍심 높여요"

▲ 임정민 작가
▲ 임정민 작가

<삼국유사>(일연 作)속 설화는 김유신과 김춘추와의 인연을 통해 삼국통일의 과정을, 연오랑과 세오녀의 이야기를 통해 고대 삼국과 일본 간 교류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설화는 각종 사료와 구전을 통해 지금까지도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고 있다.

수원 지역에서도 수 세기 동안 사료와 구전을 통해 전승돼 온 설화가 있다. 이를 연구하고 관련 미술작품으로 어린 세대에게 꾸준히 전파하는 활동을 보이는 예술가가 있어 도민들의 이목이 쏠린다.

“설화는 각종 위기를 맞은 현대 사회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이를 전승하는 예술 활동을 하고 있어요.”

임정민 작가는 지난 수년간 진행해 온 수원설화 연구와 작품 활동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임 작가는 지난 1990년대 자녀들에게 들려줄 옛날이야기를 찾던 중 우연한 기회로 수원설화를 접하게 됐다. 그가 느낀 수원설화는 전래동화처럼 권선징악, 성실, 근면 등 공통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지난 수년간 선경도서관 등 관내 도서관에 있는 문헌을 비롯해 각 동 행정복지센터의 도움으로 만나게 된 고령 어르신들의 말씀을 직접 듣고 수원설화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수원설화를 약 50~60개로 정리해 자신의 전공인 서양화와 연관지어 이야기와 그림 두 장르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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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설화로는 ‘용리용두암 이야기’와 ‘이목동 돌무더기 이야기’가 있다.

용리용두암 이야기는 방화수류정 일원과 관련한 설화로 나눔과 애민 정신을 담고 있다. 혼기에 찬 한 효녀가 병을 앓는 아버지를 돌보느라 시집을 가지 못하던 중, 동네 주민들이 방화수류정에 사는 잉어가 효험이 좋다고 조언해 줘 그곳을 찾아가게 됐다. 방화수류정에 살고 있던 이무기는 매일 방화수류정에서 기도드리던 효녀를 보고 잉어를 한마리 잡아 줘 아버지의 병을 낫게 했다. 이후 효녀가 시집을 가게 되자 이무기는 옥황상제를 찾아가 인간으로 살게 해달라고 했지만 둘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목동 돌무더기 이야기는 옛날 옛적 기근에 시달리던 수원 이목동 일원의 최씨 부잣집의 공덕을 그렸다. 당시 한 고승은 최씨 부잣집을 찾아가 시주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뒤 “더욱 부자가 되고 싶으면 이목동 일원에 돌무더기를 넓고 높게 쌓아라. 대신 동네 사람들과 같이 해야 하며 그들에게 일당을 지급하라”라고 말하며 떠났다. 이에 최씨 부잣집은 이 말에 솔깃해 동네 사람들과 돌무더기를 쌓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이목동은 기근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이야기다.

임 작가는 수원설화의 특징으로 ‘평범함과 현실적’, ‘현대사회에 전하는 메시지’ 등을 꼽았다. 기존 전래동화의 클리셰인 천둥, 천벌 대신 뉘우침과 자연스러운 갱생 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를 비롯한 현대사회 위기가 과거에도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았다.

그의 수원설화 관련 프로그램은 지난해 수원문화재단의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의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그해 4월부터 10월까지 회화, 조형 만들기, 영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젊은 세대를 향한 역사 교육이라는 점에서 자신들이 살아가는 고장의 이해와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했다.

임 작가는 “젊은 세대가 지역의 자긍심을 느끼고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 활동과 프로그램 마련으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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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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