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선거 정국에 외국 록그룹이 등장했다. 아일랜드 출신 록그룹 U2의 보컬 보노다. 보노는 최근 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여기서 아일랜드에 대한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자신이 직접 구매할 의사도 밝혔다. 보노는 또 “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팬”이라고도 밝혔다. U2는 지난해 12월 내한공연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공연 다음 날 인권활동가이기도 한 보노를 청와대로 초청한 인연이 있다.
보노의 편지는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13일 “세계적 록스타마저…” “해외 록스타도 인정한…”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처가 외국 예술계에서까지 평가받고 있다는 취지다. 총선을 이틀 앞두고 있다. 선거 정국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줄 것이다. 코로나19 대처를 잘한 정부 여당에는 유리한 기삿거리다. 야권에겐 또 한 번 고개를 떨궈야 할 보도다.
선거 기간 내내 정국을 가늠하는 잣대였다. 지난 3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다. ‘한국산 의료장비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가 밝힌 이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선거 기간부터는 이런 ‘해외 평가’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막판인 지금도 여전하다. 스페인 총리의 “한국 코로나19대응 방식 배우겠다”는 보도가 12일, 스웨덴 총리의 “방역 경험 공유해달라”는 요청이 5일 전에 나왔다.
미래통합당 등 보수 야권은 속이 상할 만하다. 애초, 코로나19는 보수진영이 잡은 소재였다. 특히 미래통합당이 그렇게 여겼다. 중국을 봉쇄하지 않은 잘못으로 정부 여당을 몰아세웠다. ‘신천지 사태’와 ‘주식 시장 붕괴’까지는 그게 맞았다. 그러다가 3월 말 이후 크게 바뀌었다.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했다. 먼저 경험한 한국의 대응이 높게 평가됐다. 이제 야권도 이런 외신을 소개하는 보도를 뭐라 할 수 없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외국 정부와 외신의 호평이 정부 또는 친여 언론을 통해 뿌려졌다. 여기 영향을 받은 것은 이념적으로 중도에 있는 계층이다. 이들은 좌우의 극단적 평가 속에 정부 대처에 대한 평가를 보류하고 있었다. 이런 때 접한 외신과 외국의 평가가 이들에게는 ‘객관적 선택’의 기준이 됐다. 그리고 총선판에 연기처럼 스며들며 선거를 여권에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역할을 했다. 선거 결과를 떠나 분명히 증명된 현상이다.
잘한 것을 잘했다고 평가받는 것이다. 호재로 삼는 여권을 나무랄 거 없다. 애초 국민 건강은 선거의 소재가 아니었다. 보수 야권이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있다.
다만, 이런 흐름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은 있다. 외신이 선거판을 흔든다. 근래 한 번도 경험 못한 현상이다. 결국, 이런 상황이 국내 선거에서 국내 이슈, 지역 이슈를 빼앗았다. 외신의 평가를 보고 후보를 결정하는 부조화가 일어났다. 객관적 평가의 소재로는 맞다. 그렇다고 산적한 국내ㆍ지역 문제를 묻어도 될 정도의 비중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하루 남았다. 공약ㆍ후보 평가의 시간은 충분하다. 이제라도 차분히 훑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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