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P양은 8살짜리 동생과 함께 최근 경기도의 한 학대피해아동쉼터에 입소했다. 부모가 P양 남매를 전혀 돌보지 않아 더는 보호가 불가능한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시는 친부는 취하면 아내와 남매를 때렸다. 몇 년째 우울증에 시달리는 친모는 남매에게 화풀이했다. P양과 동생은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겨울이 돼도 가을옷을 입고 다녔다. 한 이웃의 신고로 학대 및 방임이 드러나면서 부모와 떨어지게 됐다. P양에게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은 TV 속 이야기일 뿐이다.
경기도에서 매년 수백명의 아이들이 부모 품을 떠나 보육원 등 시설로 보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보호조치 아동’은 전국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지만, 경기도에서는 해마다 평균 90여명씩 늘고 있다. 학대하고 방임하는 ‘자격 부족 부모’로부터 벗어난 아이들이 절반을 차지했고, 부모의 이혼이나 생활고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도 적지 않았다.
14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도 내 보호조치 아동 수는 726명(2018년 말 기준)이다. ‘보호조치’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원가정 대신 보육원이나 입양가정 등에서 돌보는 것을 뜻한다.
도내 보호조치 아동 수는 2016년 540명에서 2017년 664명으로 124명 증가했고, 2018년 62명 늘어 평균적으로 90여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경기도 인구가 늘면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수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전국 보호조치 아동 수는 2016년 4천583명, 2017년 4천125명, 2018년 3천918명 등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는 저출산으로 전체 아동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18년 3년간 도내 보호조치 아동 1천930명을 대상으로 발생 원인을 분석해 보면, 부모의 학대가 약 50%로 가장 비중이 크다. 이어 부모 이혼이 18%, 부모 사망이 9%, 유기 8%가 뒤따랐다.
이와 관련, 경기도가 발표한 ‘2018 경기도 영유아 통계’에 따르면 경기지역 아동학대 발생 수는 2017년 기준 5천77건으로 2015년 2천973건, 2016년 4천353건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가정해체’의 아픔을 겪은 아이가 발생하면 정부와 지자체는 조사와 상담을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이 중 보육원 등 시설업소로 보내지는 아동이 전체의 7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정 위탁이 25%, 입양이 5%였다.
한국아동복지학회 관계자는 “학대와 방임으로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고, 베이비박스 등에 유기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혼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 달라지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며 “이처럼 보호조치 아동이 늘지 않도록 예방하는, 가정에서 부모와 지낼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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