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정치와 군자

총선이 끝났다. 웃는 사람도 있을 테고 우는 사람도 있을 테다.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뒤숭숭한데도, 우리나라에서는 큰 무리 없이 질서정연한 가운데 총선을 잘 치렀다. 질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 하는 것을 뜻하는 펜데믹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선거를 비교적 잘 치렀다. 이것은 자부심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과 국민 모두 참 큰일을 잘 치렀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의 유행 상황에서 관민 모두가 이를 잘 대처해,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적으로 방역체계와 의료체계를 잘 갖춘 나라로 존경을 받고 모범이 되며, 다른 나라를 돕는 나라로 인식될 수 있게 되었다.

정치도 한 단계 진보를 해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제 서로 비난만 하지 말고 정당한 비판을 하면서 품격을 지키고 서로 살리는 정치의 길을 가기 바란다. 정치가 무엇인지 다시 돌아볼 기회를 갖고 싶다.

정치(政治)란 정(政)과 치(治)의 결합어다. 정(政)은 바를 정(正)과 두드릴 복()자가 결합된 회의(會意)문자로 보거나 형성(形聲)문자로 본다. 정(政)은 ‘바르다’는 뜻의 정(正)으로도 쓰였으며, ‘정리정돈’을 뜻하는 정(整)자와도 통용됐다. ‘바르다’는 뜻의 정(正)은 원래 ‘정벌한다’, ‘바르게 한다’는 뜻인 정(征)의 본자다.

갑골문에는 두 가지가 나타난다. 하나는 ‘행군한다’는 지(止)의 원 갑골문 위에 ‘읍성’을 뜻하는 ‘ㅂ’자처럼 생긴 글자를 덧붙여, ‘마을 위를 행군해 질서를 잡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정(正)자 오른쪽에 ‘무기를 들고 두들겨 공격한다’는 복()자를 붙여, ‘무력으로 정복해 힘으로 다스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처럼 처음에 정(政)은 ‘무력으로 질서를 잡는다’는 뜻이 있었다. 『시경(詩經)』「대아(大雅)·황의(皇矣)」에 나타나는 정(政)의 뜻은 “기정불획(其政不獲)” 즉 “그 질서를 잡음이 민심을 얻지 못했다”에 나타나는데, ‘무력으로 다스린다’기보다는 정치교화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정벌, 세금, 정책 또는 법령, 전술적 책략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정치적인 것들을 모두 포함하게 된다. 『논어(論語)』에 정(政) 자는 43번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 「위정(爲政)」편에서 공자(孔子)는 “정(政)으로 이끌고 형벌[刑]로 질서를 잡으면 백성이 법망만을 피해가며 부끄러움이라곤 없는데, 덕(德)으로 이끌고 예(禮)로 질서를 잡으면 마음으로 부끄러워할 뿐만 아니라 행실이 바르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어찌 정무에 종사해야만 정(政)을 하는 것이겠는가?”라고 했다. 공자는 정(政)을 정치행위의 일로 보면서도, 효(孝)와 우애(友愛) 신의(信義) 등 우리 삶 전반에 걸친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의 발로와 도덕적 행위 일체를 포함해 질서를 잡는 것 일체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치(治)자는 본래 산동(山東)성의 동래(東萊) 곡성(曲城) 양구산(陽丘山)에서 발원해 황해로 흘러가는 고대의 하천 이름에서 비롯된 형성(形聲)문자다. 나중에 ‘우임금의 치수’라는 표현에 쓰이기도 하고, ‘옥결처럼 잘 다듬어지고 질서가 잡힌 상태’를 가리키는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다.

치(治)자는 『논어』에 6번 나타난다. 여기서 치(治) 자는 대동소이하게 ‘질서가 잘 잡힌 상태’를 뜻한다. 공자에게는 형(刑), 덕(德), 예(禮), 정(正) 등이 치의 질서 상태에 이르는 정치적 행위인 것이다. 공자는 형벌보다는 덕과 어짊으로 다스리는 것을 정치의 최고 가치로 여긴다.

심지어 예(禮)와 악(樂) 또한 치에 이르기 위한 정치행위로 본다. ‘된 사람’ 또는 ‘될 사람’을 뜻하는 군자(君子)가 바로 총체적 덕목들을 한몸에 갖춘 정치가의 표상인 것이다. 일상 삶에서 도의(道義)가 실현되어 인간관계의 완전한 질서체계를 실천하고 구현하는 ‘된 사람’이 온전한 정치를 실행하는 이상적인 인간인 것이다.

김원명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