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훌쩍 찾아온 데 이어 벌써 더위를 식혀줄 공포 영화들이 연달아 스크린에 오르고 있다.
그 중 지난 2018년 32세에 불과한 나이에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하면서 ‘젊은 거장’으로 평가받는 아리 애스터 감독의 걸작이 재개봉해 다시 한번 대중 앞에 선다.
아리 애스터 감독을 스타덤에 오르게 해준 영화는 데뷔작 <유전>(2018)이다. <유전>은 그레이엄 집안을 맴도는 정신병과 사이비 종교를 향한 강한 집착 등으로 공포감을 조성한다. 이야기는 애니 그레이엄(토니 콜렛)이 일주일 전 돌아가신 엄마의 유령이 집에 나타나는 것을 느끼면서 시작과 동시에 긴장감을 조성한다. 애니는 엄마의 생전 지인인 조안(앤 도드)을 통해 엄마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며 이들 집안을 맴돈 사이비 종교와 악마, 저주의 실체를 알게 된다. 이 같은 저주로 가정은 와해되고 자식은 제물로 쓰이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그로테스크한 전개로 흘러간다.
이듬해 개봉한 <미드소마>(2019)도 그로테스크함과 저주라는 오컬트적 요소를 결합해 공포감을 선사한다. 크리스티안(잭 레이너)ㆍ대니(플로렌스 퓨) 커플이 우연한 기회로 스웨덴에 여행간 이야기를 기초로 줄거리가 진행된다. 영화 초반부는 이들 커플이 여행을 가던 중 대니가 비행기 안에서 가족이 몰살한 소식을 들으며 오열하는 장면을 통해 심상치 않은 이야기 전개를 예측하게 한다. 조울증을 앓던 여동생 테리가 집에서 자신의 입과 자동차 배기관을 호스로 연결해 가스 중독으로 자살한 데 이어, 호스를 부모님 방에도 연결해서 일가족이 가스 중독사했기 때문이다. 심상치 않은 이야기는 스웨덴에 도착해서도 이어진다. 이들이 도착한 마을은 모종의 이유로 사람들을 제물 삼게 되고 크리스티안은 물론 대니 커플과 동행한 일행들도 제물로 당첨된다. 더욱 소름 돋는 점은 일가족 몰살과 동생의 패륜 살인으로 정신이 붕괴된 대니가 그곳에서 평안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아리 애스터 감독의 클리셰는 일가족 몰살과 특정 인물이 잔인하게 살해된다는 점을 담고 있다. 과거 그는 개인적으로 가족과 관련된 어떤 사건을 겪은 후 거기서 비롯된 트라우마가 있어 작품에 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작품 속에 담긴 공포감 이상의 그로테스크함과 한 가정과 인간이 처절하게 무너지는 비극이 엮여 상상 이상의 공포 시간이 될 전망이다.
권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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