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신은 신발일수록 신발 바닥, 밑창이 많이 닳는다. 신발 밑창을 보고 ‘신발을 바꿀 때가 됐구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내 걸음걸이가 이렇구나’라고 알 수도 있다. 또한, 걸음걸이에 따라서 의심되는 관절질환에 대해서도 알 수가 있다.
올바른 걸음걸이를 하려면 양 발끝이 11자가 되게끔 정면을 똑바로 향하도록 걸어야 한다. ‘정확한 11자’ 걸음이 부담스럽다면 주먹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엄지발가락 사이를 살짝 벌려 약간 팔자걸음을 하는 것도 괜찮다. 팔은 자연스럽게 L자나 V자가 되도록 흔들면서 걷는다. 체중이 실리는 것은 발뒤꿈치에서 발바닥 전체, 그리고 엄지발가락 뿌리 순으로 체중을 실어 걷는 것이 좋다. 이렇게 올바른 보행을 하면 신발의 뒤쪽 바깥 면이 가장 많이 닳아있고, 안에 있는 앞면까지 골고루 닳는다.
양쪽 신발 바닥을 비교했을 때, 어느 한 쪽이 심하게 닳아있거나 한쪽 바깥쪽이 유난히 닳아 있다면 팔자걸음(외족지보행)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팔자걸음은 발의 각도가 15도 이상 바깥쪽으로 벌어진 상태로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걷는 경우가 많다. 갑자기 체중이 늘거나, 골반이 벌어지거나, 몸이 불안정할 때 팔자로 많이 걷게 된다.
특히 임신을 하면 태아와 양수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다리가 무릎 바깥쪽으로 휘어 팔자걸음을 걷게 될 수 있다. 때문에 임신기간 동안 골반이 무리하여 틀어지기도 하는데, 출산한 이후에도 한동안 골반이 회복되지 않아 팔자걸음으로 걷게 되기도 한다.
팔자걸음으로 걸으면 발뒤꿈치에 큰 압력이 가해진다. 장시간 지속되면 발뿐 아니라 다리 전체가 바깥쪽으로 회전하고, 골반은 뒤쪽으로 기울어지면서 허리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신발 바닥의 안쪽이 많이 닳아 있다면 대게 안짱걸음(내족지보행)일 수 있다. 안짱걸음은 걸을 때 발이 안쪽으로 모이는데, 원인은 엉덩이 관절의 허벅지 뼈 골두가 앞을 향해 있거나 정강이뼈가 안쪽으로 뒤틀려 생기는 경우가 많다. 평발인 경우 무게중심이 안쪽으로 쏠리고 발목이 휘어져 안짱걸음으로 나타날 수 있다. 어릴 때 많이 나타나는데, 성장하면서 대부분 좋아지지만 10%가량은 계속 안짱걸음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안짱걸음을 오래 걷게 되면 아킬레스건이 몸 안쪽으로 치우쳐 발목을 당겨주는 힘이 약해지고, 발목이나 발가락, 무릎관절에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안짱걸음을 방치하면 O자 다리로 변형될 우려가 있는데, O자 다리는 무릎 관절에 실리는 몸무게를 분산하지 못해 무릎에 심한 통증이 생기는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다.
신발 밑창이 한쪽만 너무 많이 닳아 있다면 자세가 삐뚤어진 것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선천적으로 양쪽 다리길이가 차이 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척추, 골반, 고관절, 무릎관절의 틀어짐에 의한 후천적인 요인이 많다.
이러한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걸어왔다면 어깨나 허리, 무릎 관절에 심한 통증이 생기기 쉽다. 뼈에 미치는 힘을 제대로 분산시키지 못하면서 한쪽 근육만 자주 사용한다. 그렇게 되면 계속 사용하는 근육은 긴장 상태가 유지되고 반면 사용하지 않은 근육은 약화하면서 좌우 불균형 상태가 된다. 이는 피로와 통증, 소화기능 장애 등이 동반될 우려가 있다.
또한, 발을 쿵쿵거리며 걸으면 발에서 오는 충격이 무릎, 허리, 목까지 전달되어 전신으로 통증이 올 수 있다. 또 발레 하듯 발끝으로 걷는다면(걷기가 서툰 어린아이들은 발끝으로 걸을 수 있지만, 정상적으로 걸어야 할 나이에도 발끝으로 걷는다면) 아킬레스건이 짧기 때문일 수 있다.
본인이 잘못된 걸음걸이로 걷고 있다면 벽을 이용해 똑바로 서서 벽에 종아리, 엉덩이, 어깨, 머리를 붙이고 서서 발뒤꿈치부터 내딛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요가와 스트레칭 등으로 몸의 균형을 맞추고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 자신의 발에 맞고 편한 신발을 신고 걷는 것을 추천한다.
박태훈 수원 윌스기념병원 관절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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