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3학년 온라인 개학 ‘온라인 엄마 수업’

“이번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마음이 놓이지 않아 휴가를 냈습니다.”

인천 서구에 사는 워킹맘 A씨(36)는 20일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 온라인 개학에 맞춰 휴가를 냈다.

평소 아이를 봐주는 부모님이 컴퓨터에 능숙하지 않아 남편과 번갈아 휴가를 내기로 한 것이다.

A씨는 “부모님이 익숙해지실 동안만이라도 옆에서 돌봐줘야 할 것 같다”며 “직장에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인천지역 초교 1~3학년 학생 7만9천여명이 온라인으로 개학했다.

저학년의 온라인 개학으로 학부모들이 학교 수업에 매달려야하는 ‘학부모 개학’이 될 것이란 우려는 현실화했다.

이날 학부모들은 접속 방법을 제대로 몰라 애를 먹는가 하면, 아이의 수업을 대신 듣거나 온종일 아이를 돌보느라 아무 일도 못했다.

초교 2학년 자녀를 둔 B씨(33·연수구)는 아침 내내 서버접속 방법이 어려워 애를 먹다 교사에게 문자를 보내 출석 인정을 받았다.

B씨는 “미리 살펴본다고 살펴봤는데도 막상 하려니 어려웠다”며 “아이 혼자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했다면 아마 접속 자체를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C씨(37)는 초교 1학년 아이가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 오전 9시부터 책상 앞에 앉아 대신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

C씨는 “방학이 길어지면서 아이가 늦게 자는 게 습관이 돼 열심히 깨워봤지만 일어나질 않았다”며 “그 시간에 수업을 듣지 않으면 결석처리가 될까 무서워 대신 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다자녀 학부모의 어려움은 더 컸다.

초교 1학년·3학년 아이를 둔 D씨(39)는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까지 아이가 3명인데, 막내를 돌보면서 2명의 온라인 개학을 돕느라 진땀을 뺐다”며 “큰아이는 좀 덜했지만, 작은아이는 집중도 하지 못하고, 간식까지 찾는 바람에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저학년까지 온라인 개학을 하다 보니 기본적인 학습과정에서 (부모의 손이)필요할 수 있다”라며 “온라인 수업이 안정화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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