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등교를 못한 채 온라인 개학을 하고 학사일정 변경 등 차질이 빚어지면서, 이 기회에 ‘9월 학기제’를 도입하자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등교 여부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잠시 숨을 고르면서 교육의 근간이 되는 제도를 바꾸자는 주장이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최근 페북에 “3월에 개학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과 호주밖에 없다”며 “코로나19로 개학이 더 늦어진다면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이재정 교육감이 적극 공감을 표하며, ‘불 지피기’에 나서고 있다. 이번 학기를 원만하게 마칠 수 없다면 대안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9월 학기제를 주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코로나19와 학제 개편(현직 교사의 제언)’이라는 제목의 청원을 시작으로 여러개의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경기도교육청은 9월 신학기제와 관련한 정책 검토 및 공론화를 위해 TF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전국 교육감들에게 9월 학기제를 공식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21일 “올 9월부터 신학기가 개편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17개 시ㆍ도 교육감과 공감대 형성 및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 전국교육감협의회에 공식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감은 9월 학기제 도입 필요성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개학 연기로 인한 학습 손실 우려와 국제 교육교류 등 두 가지 측면을 들었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교육계에서 끊임없이 9월 학기제 주장이 있었고 이에 관한 연구도 많았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5월 중순까진 정치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가을학기제’로도 불리는 ‘9월 학기제’는 매 학년도 시작일을 3월이 아닌 9월로 변경한 제도다. 1997년 김영삼 정부, 2007년 노무현 정부,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도입을 추진했으나 결국 시행하지 못했다. 도입을 찬성하는 이들은 “미국·유럽·중국 등 ‘글로벌 스탠더드’여서 가을학기제로 바꾸면 외국의 유명 교수, 우수 학생 유입이 쉽다”고 주장했다. 반면 “예산 8조~10조원을 비롯해 특정 학년 학생들의 대입 및 취업 피해 우려 등 사회적 부담이 크다”는 반대 의견도 많았다.
이 교육감의 ‘9월 학기제’ 도입은 어제오늘 갑자기 튀어 나온 얘기가 아니다. 과거 몇차례 논의한 바 있고, 상황도 변화된 만큼 다시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다. 세종시교육청이 논의해 보겠다며 공론화 동참 의사를 밝혔다. 9월 학기제는 국민 공감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학생ㆍ교사ㆍ학부모의 공론화 과정도 있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 청와대에서도 장단점과 편익, 부작용을 따져보는 등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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