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로나 위기 대응 고용안정 특별대책의 핵심은 3조6천억원을 투자해 청년과 실직자를 위한 일자리 55만개를 새로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실업자 지원, 근로자 생활 안정, 기업 고용유지 지원 등을 포함해 총 10조1천억원이 들어간다. 이번 대책 규모는 올해 일자리 예산의 40% 수준이고, 작년 연간 실업자 115만명의 2.5배인 근로자 286만명을 지원하는 과감한 투자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일자리 지키기를 국난 극복의 핵심 과제로 삼겠다”며 “우리 경제와 고용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기간산업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만큼 모든 기업 지원 방식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구직을 포기하고 ‘그냥 쉬었다’는 사람이 지난달 237만 명에 달할 정도로 실업대란 조짐을 보이자 대규모 ‘공공 일자리’에다 대기업 지원책까지 내놓은 것이다.
고용안정 대책의 핵심은 일자리 지키기다. 기존의 일자리를 지키되 어쩔 수 없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을 위한 고용 안전망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대책 중 일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근로자와 실직 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방안은 긍정적인 평가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 자영업자, 특수 고용직ㆍ프리랜서 등 93만명에게 월 50만원씩 3개월간 지원금을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무급 휴직으로 소득이 끊긴 근로자 32만명에게도 3개월간 월 50만원씩 지급한다.
전문가들은 취약계층 지원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직접 일자리 55만개 중 상당수가 ‘제2의 노인 일자리’가 될 수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직자나 휴·폐업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30만명에게 제공하는 공공 일자리의 업무는 방역, 산불 감시, 환경보호 등으로 노인 일자리와 대부분 겹친다. 근무 조건도 주 30시간 미만 근로에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노인 일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대 근로 기간은 6개월이다.
비대면·디지털 정부 일자리 10만개도 사정이 비슷하다. 데이터 구축ㆍ방역ㆍ환경보호 등 분야에서 주 15~40시간씩 최장 6개월 일하는 조건이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최대 월 180만원), 청년 인턴 지원(월 80만원), 중소중견기업 채용보조금(최대 월 100만원) 등 민간기업이 청년을 채용하면 정부가 월급을 주는 방식의 일자리 15만개도 최대 6개월까지다.
삶의 터전인 일자리 지키기는 국가의 우선 책무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일자리가 무너지면 국민 삶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적 비용은 예측하기 어렵다. 세금을 쏟아붓는 알바식 고용이나 기업에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일자리는 제도개혁과 함께 민간 기업의 고용 창출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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