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경기] 고양시, 코로나 방역 ‘성공스토리’

코로나 ‘기적의 땅’… 전세계 눈과 귀를 사로잡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 고양시 제공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 고양시 제공

고양시가 신속ㆍ효율ㆍ안전을 바탕으로 한 획기적인 코로나19 대응체계로 국내ㆍ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뿐만 아니라, 107만 고양시민을 위한 중ㆍ장기적 안전대책 마련과 선제적 대응에 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바탕에는 민ㆍ관의 신속한 협력체계 구축, 그리고 고양시민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력이 있었다. 세계가 주목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 ‘고양 안심카(Car) 선별진료소’가 국내 최초로 탄생한 배경이다.

현재 전 세계가 코로나19 방역과 퇴치를 위해 머리를 맞댄 가운데, 한때 코로나19 최전선에 서 있던 고양시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조명해 본다.

■신속한 체계 구축…효율 극대화

고양시는 지난 1월26일 전국 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24시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국내 세 번째이자 고양시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다.

곧 위기가 기회였다. ‘3번 환자’가 고양시에서 발생함에 따라 시의 신속한 대응 체계 구축의 시발점이 됐다. 이를 시작으로 고양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커질 때마다 선제적인 대응체계 구축 및 실행에 나섰다. 이슈와 시기에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 민ㆍ관ㆍ군 협력과 지원을 적극 유도했다.

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후 이틀 뒤인 1월28일 명지병원, 일산병원, 백병원, 동국대병원 국립암센터 등 관내 6개 대형병원과 민ㆍ관 협의체를 구축,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대응책을 모색했다. 이와 동시에 감염 취약계층인 어린이, 노인에 대한 예방조치에 돌입하는 한편, 마스크 등 감염 예방 물품 확보에 뛰어들었다.

이 같은 신속한 움직임으로 당시 20만 장 수준이었던 마스크 확보 물량이 현재 160만 장까지 늘어났다. 또 가로수와 횡단보도 등에 설치한 손소독제가 외신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안전하고 실속 있는 고양시 ‘드라이브 스루’ 농산물 판매장, 첫날부터 성황리 마무리1
▲ 안전하고 실속 있는 고양시 ‘드라이브 스루’ 농산물 판매장

논의부터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인 것이 고양시가 성공한 비결이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는 아이디어 개진부터 운영 개시까지 불과 4일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덕양구 주교 제1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안심카 선별진료소는 지난 2월 중순께 대구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이 일면서 탄생했다. 각 병원의 선별진료소 포화 상태가 예상되자, 기존 방식으론 무리가 있다는 생각에 획기적인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시는 위기경보 단계 격상 전날이었던 2월22일 재해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드라이브 스루 방식 도입을 전격 결정, 나흘 만인 26일 안심카 선별진료소 운영을 시작했다.

이 밖에도 관내 신천지 교인 전수조사를 위해 공무원 100명을 투입, 비대면 확인이 가능한 유선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쳤다.

할머니와 손녀가 건넨 비닐봉지 속에 이웃사랑 마음이 담겨져 있다.
할머니와 손녀가 건넨 비닐봉지 속에 이웃사랑 마음이 담겨져 있다.

■BBCㆍCNN 등이 주목한 고양시 특화 선별진료소

‘고양 안심카 선별진료소’는 차를 탄 채로 문진, 검진, 검체 과정을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다. 보건소 직원이 접수를 하고,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검진한다. 이어 검사가 필요한 사람에 대해선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한다.

이 방식은 기존 선별진료소에서 최대 2시간까지 소요되던 시간을 10분까지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은 물론, 안전까지 잡아냈다.

시는 이곳을 몽골텐트 방식의 개방공간으로 꾸려 소독, 환기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이곳을 만드는 데 투입된 비용은 1천500만 원 정도. 경기도의 음압기 탑재형 컨테이너 선별진료소 1곳당 8억7천900만 원이 투입된 것과 비교하면 ‘가성비’ 차이가 확연했다.

전국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시스템을 체계화해 시도한 만큼 국내ㆍ외의 관심도 높았다. 미국ㆍ독일ㆍ프랑스ㆍ이란ㆍ카자흐스탄 등에서 CNNㆍNYPOSTㆍNBCㆍABCㆍAFP 등 굵직한 외신이 다녀갔다.

특히 킨텍스 캠핑장 선별진료소는 해외 입국 확진자가 늘면서 고양시가 추가로 설치한 곳으로, 고양시만의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떠오른 또 하나의 성과다. 킨텍스 제2전시장 후면 캠핑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는 5개 동의 몽골텐트로 조성됐고, 격리시설은 카라반 16동과 텐트 30동을 활용했다. 이와 함께 고양시내 특급호텔인 소노캄 고양과 업무협약을 맺고 해외입국 가족 중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이들에게 최대 8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안심숙소를 제공하고 있다.

한 시민의 마스크 기부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한 시민의 마스크 기부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재난기본소득 ‘선불카드’로 간편하게

고양시의 위기극복지원금 지급 방식 역시 효율성을 극대화한 사례 중 하나다.

모든 시민에게 1인당 5만 원씩을 위기극복지원금(재난소득)으로 지원하고 있다. 향후 소득 하위 70% 가구에 지급하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의 20%를 고양시가 분담한다.

특히 시는 카드발급도 국민은행, 농협과 함께 기간을 2주 정도 앞당기는 성과를 거뒀다.

고양시가 선택한 선불카드 지급 방식은 온라인 신청이나 별도의 카드 발급 등에서 발생하는 번거로움을 없애 주목받았다. 해당 카드는 8월 말까지 시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고, 기한 내에 사용하지 않은 금액은 시로 환수된다.

특히, 지자체 중 선불카드로 지급을 시작한 것은 고양시가 처음으로 농협카드의 경우 최대 3회까지 충전할 수 있어 향후 지원금 추가 시 기존 선불카드를 사용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

■‘한마음 한뜻’ 107만 고양시민 동참

시민안전을 지키기 위한 고양시의 노력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의 동참으로 탄생한 미담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익명’의 천사들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고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할머니와 손녀가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오만 원짜리 2장, 만 원짜리 5장, 천 원짜리 6장 그리고 동전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전달했다. 손녀가 몇 년간 모은 저금통을 깨서 힘든 사람에게 전해달라는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 화제가 됐다.

기초수급자인 80대 노인은 “구입 조건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어 집에 있는 잔여분을 가져왔다”면서 KF94 마스크 24장을 약국에 건넸다. 또 익명의 기부자들이 시청과 구청, 병원에 코로나19와 싸우는 직원들을 위한 생수와 커피를 보내거나 방역 등 봉사활동에 자진 동참하는 민간단체의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준 시장은 “107만 고양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더불어 한발 앞선 고양시만의 차별화된 정책들로, 빠른 시일 내 코로나19를 반드시 극복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유제원ㆍ김민서기자

[인터뷰] 이재준 고양시장

“민관협력 통해 위기를 기회로 지역감염 방지 철저 관리 지속”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던 배경은 무엇인가.

지난 1월26일 고양시에서 국내 세 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 고양시가 코로나19의 최전선이란 마음으로 신속하게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화상진료도 실시하고,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도 선제적으로 구축할 수 있던 배경이다. 위기가 기회가 된 것이다. 여기에 3천여 명의 공직자와 의료종사자, 군인과 107만 고양시민이 협력해준 것이 코로나19에 잘 대응할 수 있었던 원천이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구축 배경과 성과는.

낯선 방식을 신속하게 도입해 성공하고, 이를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었던 것은 고양시만의 혁신적 아이디어와 빠른 의사결정, 그리고 민ㆍ관 협력이 잘 결합한 덕분이다. 최근 중앙 재대본 회의에서 이 방식을 국제진료시스템으로 등록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세계적 표준이 된 것이다. 또 드라이브 스루가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국이 한국의 대응법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외신은 가로수에 설치한 손소독제를 보고 ‘고양시가 이렇게까지 한다’며 놀랄 정도다. 우리나라가 감염병 대응의 모범 국가로 떠오른 것이다.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선불카드를 도입한 이유는.

정책은 타이밍이다. 고양시는 가장 간편한 방식으로 가장 빨리 지급하는 방식을 찾는 데 집중했다. 지원금 500억 원이 빨리 고양시에 투입될수록 시민의 삶과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시성 지원을 넘어 경제활력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고양시 재난기본소득 5만 원 설정 이유와 예산확보 과정은.

당초 고양시민 80%(소득 상위 20% 제외)에게 10만 원씩 지급하고자 지난달 24일 위기극복 지원조례를 입법 예고했으나, 정부방침 결정이 늦어지면서 경기도가 모든 도민에 10만 원씩 일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고양시는 1인당 5만 원으로 금액을 변경하고 나머지 금액을 정부 재난기본소득 중 20% 부분을 매칭해 지급키로 결정했다. 1천31억 원의 재원을 긴급 마련했으며 재난관리기금 220억 원, 예비비 159억 원을 투입했다.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히 삭제해 최대한 가용재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의료진, 공무원, 시민에게 한 마디.

107만 고양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한발 앞선 고양시만의 차별화된 정책으로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19를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 적극적으로 협력과 동참해주는 모든 분께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는 가족 및 지역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철저한 관리가 절실하다. 모두가 힘들고 지겹지만, 작은 구멍에 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각오로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

고양=유제원ㆍ김민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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