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선물로 우울한 아이들 기분 달래
“아이 데리고 어디 놀러 가지도 못 하는데, ‘제대로 된 선물’이라도 사줘야죠…”
경기도 내 130만 어린이들이 ‘집콕’ 어린이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어린이날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부모들은 우울한 아이들을 달래기 위한 ‘회유책’으로 물질적 보상을 선택,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장난감 가격에도 ‘오늘 만큼은’ 용서해주는 모양새다.
4일 지자체와 관광 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 내 예정된 어린이날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김포시는 걸포중앙공원 일대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열 계획이었지만 시민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판단, 취소를 결정했다. 광주시도 어린이날 행사로 각종 공연과 놀이ㆍ체험마당으로 많은 어린이가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했으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취소했다. 안성시 역시 제98회 전통에 이르는 어린이날 행사를 전면 취소 계획을 밝혔다.
수십 년간 어린이들의 동심을 책임지고 있는 테마파크들도 이번 어린이날만큼은 조용히 보낼 예정이다. 과천시 서울대공원은 코로나19 예방과 차단을 위해 어린이날 행사를 취소했다. 한국마사회도 경마공원에서 열던 어린이날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10월 예정된 가을 축제 때 어린이 행사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막바지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어린이날까지 이어진 탓에 여러 행사 취소로 난감한 부모들은 ‘나들이 대신 선물’ 방책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께 화성시 반정동의 한 장난감 매장. 평일 오전 시간대였지만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들의 선물을 사려고 온 부모님들이 여럿 보였다. 화성시 병점동에 사는 ‘쌍둥이 엄마’ 이수정씨(40)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 가격과 비교하는 등 한참을 고민했다. 쌍둥이들이 좋아하는 ‘또봇V 시즌2’의 로봇 장난감이 인터넷보다 약 1만원 비싼 것. 이씨는 “아이들이 ‘놀러가자’고 떼를 쓰는데, 어디 가지는 못하고 제대로 된 장난감이라도 사주려고 이곳을 찾았다”며 “장난감 가격이 너무 비싸지만, 놀러 가지도 못하는데 어쩔 수 없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주부 김지영씨(33)는 “이건 집에 있는 팽이랑 다른 거야”라는 아들의 말에 “집에 있는 팽이랑 다른 게 뭐야”라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결국 김씨는 아들이 원하는 팽이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김씨는 “작년에 놀이동산에서 돌아오면서 ‘내년에는 캠핑 가자’고 약속했는데, 못하게 됐지 않느냐”며 “미안해서라도 갖고 싶은 선물을 사주려고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관련, 정부는 황금연휴 마지막 날인 어린이날이 생활방역 전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안심 거리 유지’ 실천을 요구했다. 이날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찾은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국민들의 야외 활동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나 코로나19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생활 방역 지침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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