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0시께 남동구 소래산 등산로 입구. 산 중턱에 올라서니 소화기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소화기함 내부는 거미줄과 먼지가 뒤엉켜있다. 지난 1월 이후 코로나19를 이유로 점검을 중단한 탓이다.
등산로를 따라 곳곳에 있는 산불 간이소화수통은 텅 비어 굴러다니고 있다. 깨진 일부 소화수통 안에는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하다. 등산객 임동준씨(56)는 “여러 산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방치한 것은 처음 본다”며 “불이 나든 안 나든 소화수통을 잘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산 곳곳에서는 산불 예방에 시민의 힘을 보태달라는 안내 방송이 반복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소화기나 소화수통이 어디에 있는지 안내하는 방송이나 표지판은 없다. 등산객 이영삼씨(53)는 “소래산에 여러번 왔지만 소화기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부평구 원적산 등산로. 강한 바람에 낙엽이 휘날리고 있다. 원적산과 공원 일대에는 산불진화장비 보관함 2곳, 소화기함 1곳(소화기 6개)이 있다. 하지만 신고자의 위치를 설명할 안내 지도와 진화장비 사용법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화재 진화 장비들이 대부분 입구 쪽에 있어 등산로에서 화재가 나면 대처하기 어렵다. 등산객 이경희씨(60)는 “종종 산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면 불안하다”며 “등산로에서 소화기를 본 적도 없고, 사용법도 잘 모른다”고 했다.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풍의 영향으로 대형산불의 위험은 커지고 있지만, 산불 대비책은 지역구마다 천차만별이다. 산마다 소화기 개수·위치 안내유무 등이 달라 시 차원의 일원화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봄철(3~5월)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51건으로 피해면적은 56만6천786㎡다. 지난 2019년에만 총 25건의 산불이 났고, 구별로는 서구 8건, 강화 6건, 중구 5건, 옹진 3건, 남동·부평·계양 각 1건씩이다.
전문가들은 소화기 개수와 설치 지점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발생가능성·풍향 등을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설치뿐만 아니라 소화기함에 사용법을 적어놓는 등 시민들이 이용할 때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산마다 특성이 있어 시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지자체가 제약을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각 군·구의 산불대비책 현황을 파악해 소화기함 개수와 설치 지점등의 기준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수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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