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분향소 현수막 명칭 논란이 일고 있다. 38명이 숨진 이천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 분향소다. 현재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돼 있다. 유족은 물론 일반인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 분향소 현수막에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라고 적혀 있다. (주)한익스프레스는 참사가 난 물류창고의 건축주다. 언론 등에 일반적으로 명명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와는 다소 다른 명칭이다. 이를 두고 신경전이 있다.
(주)한익스프레스 측에서 이의를 제기했다고 전해진다. 분향소 현수막에 회사 이름이 들어간 이유를 묻고, 명칭을 빼줄 수 없는지 문의했다고 한다. 정부가 이번 참사를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표기하라고 했다며 수정을 요구했다고 들린다. 이천시 관계자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며 “(변경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명칭 변경을 요청한 적은 없다면서도 “정부 지침과 다른 표기가 된 이유를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
물론 화재 원인에 대한 공식 조사 결과는 아직 없다. 확정 판결에 의한 결론은 더더욱 멀었다. (주)한익스프레스외에도 시공사 건우, 감리업체, 설계업체 등이 수사대상이다. 화재 책임이 확정되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화재 현장의 총괄 책임은 건축주에 있다. 업체 스스로도 사고 직후 유가족들을 찾아 머리 숙여 사죄했다. 이래놓고 이름을 트집 잡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죄의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반면, 현수막 명칭에 대한 문제도 있다. 굳이 정부의 명칭 지침을 따질 것도 없다. 언론 등의 명명은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다. 그런데 분향소에는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 분향소’로 돼 있다. 대형 재난이나 강력 사건으로 받게 되는 지자체의 피해는 크다.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이었던 ‘이춘재 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짐작건대, 지역의 명예 실추를 고려한 이천시의 입장이 반영된 고육지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특정 회사 명칭을 재난의 간판으로 내건 건 사려 깊지 못했다. 한익스프레스의 명칭 시비가 사죄의 진정성을 의심받듯이, 회사 이름을 특정한 분향소 명칭 또한 옳은 판단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유족과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 것은 이천시도 마찬가지 아닌가. 양쪽 다 부질없는 신경전을 하고 있다. 말로는 죽을죄를 졌다고 머리 숙이면서 속으로는 손해 안 보겠다는 속 보이는 모습이다. 38명이 참담하게 죽어간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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