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조사로 ‘의혹’은 ‘사실’이 됐다

나눔의 집 운영 과정에서 탈ㆍ불법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각종 계약을 발주하면서 지방계약법을 위반했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 장터에 공고해야 했지만 나눔의 집 홈페이지에만 공고했다. 이렇게 법을 위반한 입찰이 13건이나 된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사업이다. 지방계약법의 취지는 입찰 비리 예방이다. 보다 공개된 공고를 통해 투명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 법 규정을 위반하고 사실상 자체적으로 발주한 것이다.

직원의 급여도 부당하게 지급했다. 법인 산하 역사관 직원에게 준 5천300여만원이다. 2015년 9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출근 내역이 없다. 대표이사 개인의 건강보험료를 후원금으로 지출하기도 했다. 2015년 1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735만6천원이다. 역시 후원금이다. 대표이사는 5월11일 741만9천원을 반납했다. 5월11일이면 정의연 등에 대한 의혹과 언론 취재가 본격화된 시기다. 의혹이 제기되자 뒤늦게 채워 넣은 것으로 보인다. 흐름이 그렇다.

후원금을 위법하게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기본적으로 후원금은 자산취득에 사용할 수 없다. 이런데도 6억원의 후원금을 토지 취득에 썼다. 증축 공사 13건의 공사비 5억여원도 후원금으로 지출했는데,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후원금을 임의로 법인 운영비 계좌에 이체한 사실도 확인했다. 현금으로 받은 엔화 등 후원금 1천200만원이 공식 계좌로 입금되지 않고 전(前) 사무국장 서랍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쯤 되면 부실을 넘어 엉망 수준이다.

이런 사실을 확인한 것은 경기도다. 후원금 사용과 관련된 내부 고발로 시작한 특별 조사였다. 지금까지의 논란은 단순 의혹의 단계였다. 관계자가 폭로하거나, 언론이 제기한 수준이었다. 경기도의 발표로 차원이 달라졌다. ‘행정 기관’이 한 ‘공식 조사’로 확인한 ‘사실’이다. 정의연 관련 사태가 이제 사실 확인의 단계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때마침 검찰의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경기도의 탈ㆍ불법 확인과 발표가 검찰 수사도 뒤로 갈 수 없게 만들었다.

경기도 조사는 일정 수준에 머문 감이 있다. 입찰 공고 불법의 핵심은 입찰 비리다. 누가 낙찰받고, 나눔의 집과의 특수 관계는 없는지, 중복 낙찰 업체는 없는지, 가격이 얼마였는지 등을 조사했어야 했다. 후원금 편ㆍ불법 사용도 이유가 뭐였는지, 이익 편취는 없었는지 등을 조사했어야 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발표는 없다. 행정 검사의 한계일 수 있다. 나눔의 집이 갖는 상징성에 대한 고민이었을 수도 있다. 이 역시 수사의 필요성을 더해줬다.

이제 정의연 등의 대응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단순 실수’라는 해명에 고개를 끄덕여줄 국민이 더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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