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앙 권력은 특례시 탄생을 원치 않았다

특례시 지정이 물 건너갔다. 20대 국회에서의 처리가 불발됐다.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오늘이다. 하루 앞선 19일 소위가 특례시 개정안을 논의했다. 상정하지 않았다.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여야, 중앙ㆍ지방 정부 간의 의견 조정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상 지역의 호소가 무위로 돌아갔다. 앞서 염태영 수원시장, 백군기 용인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허성무 창원시장은 국회를 찾아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를 간청했었다.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관련 법안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다. 2018년 3월 정부가 발의했다. 특례시 지정 외에 실질적 자치권 확대, 주민 참여제도 실질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 자치의 날을 맞아 대국민 약속까지 한 사안이다. 법안이 국회에 넘어온 지도 그만큼 오래됐다. 그런데 지금껏 뭐하다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며 휴지통에 버리나. 이 말을 지역 주민에 믿으라는 건가.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를 현행대로 유지한다. 대신 광역시급 행ㆍ재정적 권한을 갖는다.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형태의 자치단체 유형이다. 권력의 형태 또는 행정의 순위로 보면 또 하나의 단위가 생성되는 셈이다. 그만큼 지역 분권 형식이 다양해짐을 뜻한다. 중앙 권력 입장에서 보면 권력의 이양, 분할로 해석할 수 있다. 혹시 국회라는 중앙권력이 갖는 지방분권에의 거부감 아닐까 싶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팽개칠 수 있겠나.

이채익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이 위로의 여지는 남겼다. “21대 국회에서 해당 법률안을 가장 먼저 다루겠다”고 했다. 특례시 대상 지역민의 분노를 의식한 듯하다. 상황이 이쯤에 왔는데, 이 약속을 믿어야 할지도 의문이다. 1년 넘는 기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마지막 회기 하루 전에 ‘충분히 못 봤다’며 없애버렸다. 누가 봐도 고의적 폐기의 정황이 농후하다. 그런데 21대 첫 번째 논의로 처리해 주겠는가. 21대 내 처리조차 확실치 않아 보인다.

해당 지자체에 숙제로 남았다. 지금까지의 대응 수위, 방식을 바꿀 필요성이다. 특례시 관철의 의지가 확실하다면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법안 폐기를 계기로 분명히 인식해야 할 대(大)전제가 있다. ‘결코 중앙 권력은 특례시 탄생을 원하지 않는다’는 현실적 한계다. 이 한계를 인식하면서 접근해야 한다. 보다 투쟁적이고 보다 큰 규모의 의사 표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염태영ㆍ백군기ㆍ이재준 시장이 선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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