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약 이젠 옛말… 결혼 줄고, 이혼은 해마다 증가

오늘 ‘부부의 날’ 법정기념일 무색
고령화 사회·독립적 가치관 영향
늦은 결혼·황혼이혼 시대적 변화

‘부부의 날’이 올해로 14년째를 맞았으나 이 같은 법정기념일이 무색하게 국내 결혼은 매년 줄어들고, 이혼은 늘어만 가고 있다.

2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매년 5월21일은 부부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정기념일 ‘부부의 날’이다.

부부의 날은 지난 2003년 12월 민간단체가 제출한 ‘부부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결의, 2007년 법정기념일로 정해졌다. 부부의 날은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뜻을 담고 있어 5월21일로 제정됐다.

이처럼 결혼 및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위한 부부의 날이 만들어진 지 올해로 14년째가 됐으나 결혼은 줄어드는 반면, 이혼은 늘어나고 있어 국내 전체 부부의 수가 매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19년 혼인ㆍ이혼 통계’를 보면 국내 혼인 건수는 2017년 26만4천455건에서 2018년 25만7천622건, 지난해 23만9천159건으로 최근 3년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이혼 건수는 2017년 10만6천32건에서 2018년 10만8천684건, 지난해 11만831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인구 1천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粗)혼인율은 최근 8년간 감소했다. 2011년 6.6건이었던 국내 조혼인율은 2012년 6.5건, 2013년 6.4건, 2014년 6.0건, 2015년 5.9건, 2016년 5.5건, 2017년 5.2건, 2018년 5.0건에 이어 지난해 4.7건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남녀가 첫 결혼을 하는 나이도 늦어지고 있다. 남성의 경우 2011년 31.9세였던 평균초혼연령이 지난해 33.4세로 늘었다. 여성의 평균초혼연령은 같은 기간 29.1세에서 30.4세로 높아졌다.

이혼 통계에 따르면 ‘황혼 이혼’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결혼한 지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은 2016년 3만2천594건, 2017년 3만3천124건, 2018년 3만6천327건에 이어 지난해 3만8천446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3만8천여건의 황혼 이혼 건수는 전년 대비 5.8% 증가한 수치로, 같은 해 전체 이혼 중 34.7%에 해당한다.

이같이 결혼은 줄고, 이혼은 늘어만 가는 이유로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고령사회 진입과 독립적 가치관 형성 등이 꼽히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을 통해 남녀가 함께 사는 것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부부의 세계’ 등 대중매체에서 이혼 관련 묘사가 자주 나오면서, 과거와 달리 이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희석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은 “시대 흐름에 따라 늦은 결혼과 황혼 이혼 등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기 때문에 다름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부부 관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시대 변화에 맞게 교육체계 등을 정비해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데 대한 긍정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채태병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